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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국토지리정보원과 국가 공간정보 활용 및 공간정보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이를 두고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에 대응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 2월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 대 1 축적’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정밀 지도 반출 여부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가 결정한다. 국방부·외교부·통일부·국정원·산업통상자원부·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만장일치 제도로 운영된다.

네이버가 국토지리정보원과 손잡고 ‘공간정보 기반 기술 고도화’를 추진,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한 생활밀착형 서비스 개발에 나선 건 구글의 이런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5000 대 1 축적’ 지도는 실제 50m 거리를 1㎝ 수준으로 표기한 것으로 산업 활용도가 높다.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확보하면 이를 자율주행·데이터·쇼핑·관광 등의 사업에 활용이 가능한 구조다. 이 분야는 네이버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산업 영역이기도 하다. 구글은 현재 2만5000 대 1 축적 수준의 공개 지도 데이터에 항공·위성사진을 결합해 ‘한국 지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구글은 앞서 2011년과 2016년에도 지도 반출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 정보가 담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면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정부는 당시 국내에 서버를 둔다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한다고 했으나, 구글은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관세 문제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의 하나로 구글 지도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지난 2011년·2016년과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정부의 부담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확보한다면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승락 네이버 부사장(왼쪽), 조우석 국토지리정보원 원장(가운데), 이동환 네이버랩스 부사장이 지난 13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국토지리정보원이 보유한 공간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의 기술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국토지리정보원의 데이터를 디지털트윈 기술로 처리할 계획이다. 네이버지도에 재가공한 정보를 접목, 3차원 지도와 실내외 통합 경로 안내 등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네이버 측은 “공간정보협의체를 구성하고 고정밀 공간정보 구축 및 활용 증진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토지리정보원의 항공 사진·위성 영상·3차원 공간정보·실내 공간 정보 등과 네이버랩스의 도시 단위 디지털트윈 솔루션 기술이 결합하면 국가 공간정보의 정밀도·위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우석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미래 혁신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고정밀 매핑 기술을 보유한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지도 구축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민간의 투자와 노력이 국내 공간정보산업 전반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토지리정보원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네이버가 보유한 지도 플랫폼과 공간지능 기술들이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