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올 1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반등의 신호탄을 쐈지만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자체 지식재산권(IP)과 모바일 중심 수익 구조가 넷마블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넷마블이 최근 서울 구로구 본사 사옥 ‘지타워’를 매각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부동산 처분이 아닌, 유동성 확보와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자금 마련 조치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달 지타워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부동산 거래 자문사들에게 발송하는 등 매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지타워는 지하 7층, 지상 39층, 연면적 17만여㎡ 규모의 건물로 2021년에 완공했습니다. 현재 넷마블 본사, 코웨이, 넷마블에프엔씨, 넷마블네오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넷마블이 완공한 지 4년밖에 안 된 신축 빌딩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으로는 유동성 확보가 꼽힙니다. 지난 2022~2023년 실적 부진으로 악화된 유동성을 개선하고, 신작 투자 자금을 확보해 자체 IP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넷마블은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 1분기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습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어난 6239억원, 영업이익은 1243.2% 급증한 49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인기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와 신작 ‘RF 온라인 넥스트’가 흥행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밖에 인건비 절감, 지급수수료 축소 등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1년 전에 비해 약 12배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에 외부 IP 의존도가 높아 수익성을 높이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게 약점으로 지목됩니다. 누적 이용자수 6000만명을 돌파한 ‘나혼렙’도 동명의 인기 웹툰을 활용했습니다.
외부 IP로 만든 게임에서 매출이 나오면 그 중 일부를 IP를 보유한 회사에 로열티(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해야 합니다. 넷마블의 경쟁사를 보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 등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자체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등 자체 IP가 있지만 타사에 비해 개수가 적은 데다 영향력이 약하고 ‘나혼랩’을 비롯해 외부 IP를 활용한 게임에서 더 큰 성과를 냈습니다 로열티 등을 포함한 지급수수료가 늘어나면 영업비용이 늘어나 수익성 개선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분기에는 자체 개발한 ‘RF 온라인 넥스트’ 등의 매출이 늘면서 지급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든 21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도기욱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체 IP의 파워를 키우고 팬덤을 넓히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넷마블은 자체 IP 역량 강화를 목표로 2분기부터 연말까지 총 8종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런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옥 매각이 연내 이뤄질 경우 자금 일부를 신규 게임 개발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마블은 앞서 생활가전 기업 코웨이와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각각 1조7400억원,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졌습니다. 아직 갚아야 할 스핀엑스 인수 관련 차입금이 지난해 말 기준 2200억원 남아있다는 점도 회사가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로 지목됩니다.
기업이 단기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율)은 1분기 기준 71.5%로 100%에 못 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높으면 채무 상환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유동비율은 130% 이상입니다.
넷마블 측은 이번 사옥 매각이 유동성과는 관련 없다는 입장입니다. 넷마블 관계자는 “사옥 매각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