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 노트북이 진열돼 있는 모습./연합뉴스

수년 만에 활기가 돌았던 노트북 시장이 관세 전쟁으로 비상이 걸렸다. 관세 폭탄에 대비해 세계 최대 노트북 시장인 미국에 공급을 늘려온 노트북 제조사들은 올 2분기 들어 출하를 잠정 중단했다. 시장 수요가 안정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세 여파로 노트북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노트북 제조사들은 이달 들어 미국으로의 노트북 출하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노트북 재고를 비축하려는 유통업체들의 수요 때문에 노트북 제조사들은 미국 출하량을 늘려왔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올 1분기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4900만대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재고 비축량이 늘어난 데 비해 수요가 충분히 오르지 않는다고 판단한 유통업체들은 최근 주문을 줄였다. 대만 PC 기업 에이서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긴급 주문 수요는 없어졌으며, 미국 시장 재고가 충분해 단기적으로 노트북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장밋빛에 가까웠던 올해 노트북 시장 분위기는 급격하게 가라앉고 있다. 윈도10 서비스 종료에 따른 기기 업그레이드 수요와 인공지능(AI) 노트북 수요가 맞물려 올해 노트북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관세 리스크가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은 전 세계 노트북 수요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관세로 노트북 소매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와 기업들의 교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노트북 생산국인 중국산 제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부터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대안 마련이 시급해진 노트북 제조사들은 동남아 국가 등지로 주요 생산 기지를 전환하고 있으나, 여전히 관세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컴퓨터 등 주요 전자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는 면제했지만 품목별로 따로 관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전자제품 상호 관세 면제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며 한두 달 내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트북 출하량 전망치는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노트북 출하량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지난달 1.4%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 관세가 최종적으로 10~20% 수준으로 제한되면 그나마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시장 심리도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관세가 더 높아질 경우 가격 인상과 수요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올해 노트북 출하량은 역성장해 -2.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