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유영상 SK텔레콤(017670) 사장이 이번 SKT 해킹 사태로 번호이동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위약금을 면제하라는 여론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유 사장은 이날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모집을 중단하는 한편, 전 가입자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과 임원진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SKT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번 해킹 사태로 발생한 가짜 뉴스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주요 발표자로 나선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 센터장(부사장)은 ‘금융 사기’ 등 이용자들의 우려에 대해 설명했다. 또 유 사장, 류 부사장, 김희섭 PR센터장, 임봉호 MNO 사업부장은 이날 질의응답을 통해 언론 질문에 답했다. SK텔레콤은 향후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

다음은 SK텔레콤 임원진과 일문일답이다.

-유심 정보가 탈취되면 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류 부사장 “아니다. 합동 조사 결과 발표된 1차 조사 결과에는 유심과 관련된 정보만 나갔다고 돼 있다. 금융자산 정보나 그 이외의 개인의 전화번호 또는 인증 정보는 전혀 나가지 않았다.”

-유심을 복제하면 내 핸드폰에 저장된 문자나 앱 모두 복제할 수 있나?

류 부사장 “아니다. 유심은 물리적으로는 하나지만. 내부는 크게 두 부분을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전화를 했을 때 인증을 하는 등 망과 연동된 모듈이다. 또 하나는 (기타 정보가 저장되는) 메모리 공간이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망과 관련된 부분이다. 물리적인 메모리 공간은 망과 전혀 연동돼 있지 않다. 유심 자체가 도난당하지 않는 한 문제 없다.”

-복제한 폰으로 이용자 몰래 해커가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할 순 없나?

류 부사장 “유심보호 서비스와 망에서 차단하고 있는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FDS) 솔루션이 있어서 복제되지 않는다. 복제가 된다 하더라도 홈가입자 서버(HSS) 안에서 휴대폰 2개가 동시에 위치 등록을 할 수 없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해도 유심칩을 바꿔야 하나?

류 부사장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FDS와 유심보호 서비스로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불안한 이용자들은 교체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있다.”

-서버가 해킹당한 거면 유심을 교체해도 소용없지 않나?

류 부사장 ”일단 민관합동조사단 결과 HSS가 침해됐다고 나왔는데, 여기에는 유심에만 관련되는 정보만 저장이 돼 있다. 다른 정보는 전혀 없기 때문에 유심만 교체해도 피해 없다“

-유심 교체 보고 서비스 가입해도 은행 거래 앱에서 추가적인 보완 조치를 해야 하나

류 부사장 “하지 않아도 된다. 앱에서 인증 절차에 필요한 정보 휴대폰에 저장이 되더라도 유심에 저장이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앱을 깐다고 한다. 그 앱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인증도 필요할 텐데, 이 인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유심 정보와는 관계없다.”

-SK텔레콤에서 유심이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가 오던데 유심 교체하러 가면 되나?

류 부사장 “아직 SK텔레콤은 이런 문자를 보내지 않고 있다. 추후 유심 재고가 확보되면 순차적으로 보낼 예정이며, 발신 번호는 114가 될 것이다. 문자를 확인할 때 발신 번호를 꼭 확인해 달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왼쪽 세번째)를 포함한 경영진이 2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번호 이동 고객 위약금 면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유 사장 “위약금 면제는 청문회에서도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SKT도 마찬가지고 과기정통부도 로펌 등을 통해 여러 법무 검토를 거치고 있다. 법무 검토가 끝나면 이사회에서도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다.”

임 사업부장 ”약관에 나온 귀책 사유는 ‘통신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 장애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된다’라고 돼 있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한 법률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규 가입이 중단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대리점이다. 보상 대책이 마련됐나.

유 사장 “대리점과 상의해서 시행할 계획이다. 유통망의 구조를 보면 T월드 매장 2600개 중 350개는 자회사를 통한 직영이고, 나머지 대다수는 대리점이다. 그들도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대단히 큰 손해일 수 있다.”

-SK텔레콤이 타 통신사보다 정보 보호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유 사장 “정보 보호 투자는 기본적으로 인력에 대한 투자와 장비 투자 시설 투자가 있다. SK텔레콤은 5년 동안 지속해서 늘려왔다. 물론 충분하다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현재 SK브로드밴드를 합치면 850억원 수준이다. 물론 KT가 우리보다 많은 투자를 하는 걸로 알고, LG유플러스는 2년 전 사고 이후 좀 더 투자를 늘린 거로 안다.”

류 부사장 “지금 공개된 자료 중에 투자 금액도 있지만 인력에 대한 부분도 있다. 인력을 보면 우리가 가장 많은데, 외주 비율이 높다. 외주나 내주에 대한 기술력은 똑같다. 외주가 많다 보니까 투자비가 적어 보이는 것 같다. 다만 이런 모든 부분을 떠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개선할지 발표하겠다.”

-유심 공급 과정에서 애로 사항은 없나.

유 사장 “배송 등 물리적인 한계로 5월 14일까지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밍 고객이 많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후 공급에는 차질 없도록 하겠다. SK텔레콤 기준으로 평소에 한 달에 20만장, 시장 기준으로 한 40만장을 준비해 둔다. 대한민국 연간 수요는 500만장 정도다. 사고가 나자마자 500만장을 주문했고 6월에도 500만장 주문해서 지금 1000만장 정도 확보했다. 7월에도 필요하면 더 주문할 예정이다”

-왜 택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나. 유심 교체를 위해 매장을 가입자들에게 교통비 지급할 계획은 없나.

유 사장 “택배를 받아도 고객센터나 저희 유통망을 통해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중에 고려할 수 있지만, 일단은 현장 유통망에 집중하려고 한다. 또 고객센터에 많은 문의가 오는데, 택배 작업을 하면 고객센터 분들을 택배 개통에 투입해야 한다. 우선 찾아오는 고객을 순위에 두고 있다. 교통비 지원은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검토하겠다.”

-SK텔레콤에서는 유심보호 서비스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정부 기관에서는 유심을 교체하려고 한다. 왜 이런 인식 차이가 나는 것인가.

류 부사장 “유심 교체는 눈에 보이는 상태에서 바꿔주는 거고, 유심보호 서비스는 그냥 서비스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 서비스를 풀지 않는 이상, 내가 명의자라 하더라도 기기 변경을 못 한다. 그 정도로 강력하게 만들어 놨다.”

-판매점에서의 신규 가입도 중단되나. 과기정통부에서는 판매점에도 신규 가입을 중단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유 사장 “오는 5일 시행 전까지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판매점은 사실상 SK텔레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 판매점은 대리점보다도 훨씬 더 소상공인이다. 본인의 영업을 중단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판매점 신규 가입은 중단하지 못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도 마찬가지로 막지 못할 것으로 본다”

-안내 문자를 보내는 순서에 대한 기준이 있나.

유 사장 “처음에 모든 문자에 유심보호 서비스 안내 링크를 넣고 보내려다 보니 캐파가 부족했다. 300만~400만명에게 문자를 보내면 100만~200만명이 가입 신청을 한다. 결국 내부 회의 거쳐 우선 간략한 사과 및 안내 문자를 먼저 보내고 서비스 가입 링크는 천천히 보내는 방안으로 바꿔서 문자 발송량을 늘렸다.”

류 부사장 “재난문자를 왜 안 보냈냐고도 물어보시는데, 재난문자는 전 국민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용할 수 없다. 바이트 수(글자수)도 제한된다. 문자 보내는 시스템은 가입자 장비랑 네트워크 장비가 나뉘어 있다. 우리가 최대로 보낼 수 있는 문자량이 400만~500만인데, 처음에는 가입자 장비에 로드가 걸리면서 500만을 다 보내지 못했다. 네트워크 장비와 가입자 장비 연결을 끊고 네트워크 장비로만 보내면서 캐파를 늘렸다.”

-준비 중인 유심 초기화 서비스에는 임시값 중복 문제 등 부작용은 없나.

류 부사장 “세부 로직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