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T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번 SK텔레콤(017670) 해킹 사고와 관련해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현재 최악의 경우 전 고객의 유심 정보가 탈취당했다고 가정하고 사태를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연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의장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으며 유심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SK그룹 내 임원들의 유심 교체 상황은 파악하는 대로 추가 발표하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8일부터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장 수요 대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자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도 교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유심 교체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가입자들에게 보호 서비스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날 최 회장 등 SK그룹 임원들의 유심 교체 여부를 물으며 ‘유심보호 서비스로 충분하다면 최 회장도 유심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날 본인도 유심을 “교체하지 않았다”면서 “유심보호서비스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심보호서비스가 유심 교체와 버금가는 수준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또 유 사장은 이날 “최악의 경우 SKT와 알뜰폰을 포함한 전체 가입자 전원의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가정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며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SK텔레콤 가입자는 알뜰폰 이용자들 포함하면 약 2500만명이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유출된 데이터 양이 9.7기가바이트(GB) 정도다. 이는 문서 파일로 환산하면 300쪽 분량 책 9000권(약 270만쪽)에 달한다.

유 대표는 이번 사태로 가입자들이 다른 이동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방위는 이날 오후 3시 53분 전체 회의를 속개하고 위약금 면제를 압박하기 위해 최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유 사장은 오후 2시쯤 회의장을 떠났고, 류정환 SK텔레콤 부사장이 자리를 지키며 의원들 질의에 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