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중국 반도체 업계에 소재와 부품, 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기업들이 제품 공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시설 투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은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앤에스텍과 코미코, 티씨케이, 넥스틴, 에프에스티 등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소부장 기업들의 제품 공급량이 올해에도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중신궈지(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투자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미국 정부의 규제를 회피해 내놓은 H20 인공지능(AI) 가속기 등에 대해서도 수출 규제가 심화되고 있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CXMT의 설비 투자액은 2018년 12억5000만달러(약 1조7836억원)에서 지난해 72억9800만달러(약 10조4135억원)로 증가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도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누적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약 112%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33%의 4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의 설비투자는 73억30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매출의 93% 수준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 지원금과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육성 및 설비 투자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일부 공정은 저조한 수율 탓에 부품과 소재 소모량이 많아 중국 기업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수혜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에스앤에스텍(약 40%), 코미코(약 32%), 티씨케이(약 23%), 에프에스티(약 20%) 등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심자외선(DUV) 공정에 투입되는 블랭크마스크를 공급하는 에스앤에스텍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95억원으로 전년(250억원) 대비 18% 증가했다. 세정 및 코팅용 소재를 공급하는 코미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11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30억원) 대비 240% 뛰었다. 티씨케이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1% 오르고, 에프에스티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제재 품목이 장비를 넘어 소재·부품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지만, 부품 가짓수만 수만가지에 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고 공정 별로 구분이 어려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어 국내 업체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