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조선DB

삼성전자(005930)가 올 1분기(1~3월)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다시 이익이 1조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당초 증권사 추정치인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보다는 높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7조4405억원)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에 그친 성적을 낸 것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이 닥쳤던 2023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조1400억원, 영업이익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05% 영업이익은 1.2% 증가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당초 5조원대를 전망한 증권가 예측치를 상회했다.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5 스마트폰 판매 호조와 더불어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비한 범용 메모리 선주문과 고환율 효과가 작용한 영향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대들보인 반도체 사업은 적신호가 켜졌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1분기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데, 메모리는 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업만 떼놓고 봐도 이익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를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한 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 사업의 적자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칩 핵심 부품인 HBM 경쟁에서 밀리는 사이 HBM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넘어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2개 분기 연속 추월했다. 설상가상 지난 30여 년간 메모리 왕좌를 지켰던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6%, 삼성전자는 34%, 미국 마이크론은 25%를 기록했다.

그래픽=정서희

스마트폰 사업은 업황을 감안하면 호실적을 거뒀다. 갤럭시 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기간인 21일 만에 국내 100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하는 등 높은 수요를 보였다. 여기에 핵심 부품인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말 하락해 스마트폰 원가 대비 이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봤다. MX사업부와 네트워크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익이 약 8000억원 늘어났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VD 사업부와 가전 사업부는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네오 QLED,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재료비 절감 등을 통해 지난 분기(2000억원)보다는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5300억원)과 비교하면 이익이 낮아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캐시카우인 중소형 패널이 계절적 영향으로 덜 팔리면서 이익이 전 분기의 절반 수준인 5000억원에 머물렀다. 경쟁사들이 트럼프발 관세에 대비한 재고 축적 수요로 수혜를 본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이라는 분석이다.

오는 2분기에는 미국발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와 경제 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실적 예측이 어렵다“며 ”현재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