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DDR4 등 레거시(구형) 반도체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는 가운데, 3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2E) 사업도 기존 대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CXMT 등 중국 기업이 HBM2E 시장 진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5세대 HBM(HBM3E)과 6세대 HBM(HBM4)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2E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를 목표로, 해당 제품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HBM4 시장 선점을 위해 인력 등 리소스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공상시보는 “삼성전자 HBM2E 사업이 ‘마지막 판매’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구형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자 삼성전자는 관련 사업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CXMT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DDR4 등을 저가에 시장에 쏟아내면서 가격 하락세가 빨라졌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수익성 방어에 난항을 겪으면서 생산량을 대폭 감축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HBM 시장에서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HBM3E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과 12단을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에 HBM3E 12단 매출 비중이 8단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 HBM3E 8단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통과를 목표로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HBM4 시장이 본격 개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3사 모두 HBM4 개발·양산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HBM2E 사업 규모를 줄이고, HBM3E와 HBM4 등 고부가 HBM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인력도 차세대 HBM 개발·양산을 위해 전환 배치했다. HBM4의 두뇌를 담당하는 ‘로직 다이’도 파운드리 공정으로 선제적으로 양산, HBM4에 탑재되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이 생산되는 즉시 HBM4 제품을 개발해 고객사에 납품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일반 D램, 낸드플래시와 달리 HBM은 통상 1년 전 공급 물량이 확정된다. HBM3E와 HBM4의 품질 테스트가 늦어져 경쟁사가 선제적으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게 될 경우, 내년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올 상반기에 내년도 HBM3E 12단과 HBM4 공급 물량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 엔비디아 등과 공급 물량을 확정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HBM3E와 HBM4를 개발하더라도 내년도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히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발 빠른 시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