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어센드 AI 칩./화웨이

미국이 엔비디아 중저가형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가운데, 차세대 AI 칩을 공개한 화웨이가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차세대 AI 칩의 성능 향상을 위해 HBM3를 전격 탑재했지만, 지난해 미국 정부가 HBM에 대한 수출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9일(현지시각) 공개한 차세대 AI 칩 ‘어센드 920’을 이르면 올 하반기 양산한다. 이번 AI 칩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중신궈지(SMIC)의 6㎚(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양산될 예정이다. 화웨이의 어센드 920에는 HBM3 제품이 탑재된다.

중국 AI 업계는 그동안 AI 모델 구동을 위해 대거 활용해 왔던 엔비디아의 중저가형 AI 칩 H20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게 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반도체 굴기 최전선에 있는 화웨이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AI 칩 어센드 920 출시를 발표했다. 어센드 920은 이전 세대 재품 대비 성능이 최대 40%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이전 세대 AI 칩 어센드 910C의 추론 성능은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H100의 60%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어센드 920에 탑재되는 HBM3의 원활한 수급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HBM3를 개발해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뿐이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현재 화웨이는 수출 규제 발효 전 대량으로 구매한 HBM3를 제품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가 해외 중개업체를 통해 HBM3가 탑재된 AI 가속기에서 HBM3를 납땜해 공급받는 방안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HBM이 탑재된 주문형반도체(ASIC)를 대량 구매해 HBM만 납땜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HBM을 대량 조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공상시보는 “HBM 수급이 화웨이의 차세대 AI 칩 양산에 병목 현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화웨이가 기존 제품을 납땜하는 방식으로 HBM3를 확보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는 HBM3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칩 제조를 위한 SMIC의 6㎚ 파운드리 공정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화웨이는 SMIC의 7㎚ 공정을 활용한 이전 칩 대비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6㎚ 공정을 택했지만 여전히 수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SMIC는 7㎚ 이하 필수 공정 장비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미국의 수출 규제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전 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이 경우 EUV를 통해 1~2번이면 완료할 수 있는 공정을 최소 3회 이상 반복해야 해 수율이 저조하고, 생산 비용도 높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칩을 생산하는 SMIC의 파운드리 공정에 대한 의구심뿐만 아니라, AI 칩에 탑재되는 HBM을 원활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라며 “CXMT 등 중국 기업들이 아직 HBM3를 양산하고 있지 않아 우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