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한국법인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법인세로 172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코리아는 실제 매출액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36배에 달하는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조세 회피’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869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을 기록, 법인세로 172억6000만원을 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국법인인 구글클라우드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778억원, 영업이익 191억원을 달성했으며 법인세는 56억60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구글페이먼트코리아는 매출 681억원, 영업이익 47억5000만원을 기록했고 법인세로 10억3000만원을 납부했다. 세 법인을 합산하면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6328억원과 영업이익 594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법인세 239억6000만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인세는 구글의 장악력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구글은 검색뿐 아니라 앱마켓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768만명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4594만명)보다 많고 국내 대표 검색 엔진 네이버(4457만명)보다도 많았다. 이렇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구글이 지난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액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4.3% 정도 수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법인세를 각각 3902억원, 1590억원 냈다.
구글이 국내 법인세를 적게 내는 데는 실적이 낮게 잡기 때문이다. 구글은 주요 수입원인 앱마켓 수수료와 유튜브 광고 수익,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요금 등을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법인 매출로 잡고 있다. 현재 구글코리아는 구글 아태법인으로부터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아 이를 국내 광고주에게 재판매하고, 경비와 수수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매출을 아태본부로 송금하고 있다. 또 구글플레이에서 발생한 인앱 결제 수수료 역시 아태법인 소속으로 처리해 구체적인 매출 내역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실제 추정 매출은 약 12조1350억원으로 이에 따른 적정 법인세 규모는 6229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의 36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코리아가 지난해에도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법인세율은 최고 24%로 싱가포르(17%)보다 높다.
당장은 구글코리아에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구글코리아가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벌어들인 광고 수익 1조5112억원 중 9750억원을 아태본부에 송금한 데 대해,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광고 판매로 벌어들인 총매출이 국내 과세 대상인 ‘사용료 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법인세와 지방소득세 1540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이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구글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원심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도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과세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구글의 조세 회피 논란은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했고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으나 본격적인 제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이익을 내면 서버가 어디에 있든 수익이 난 국가가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관세로 보복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 도입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구글의 조세 회피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바꾸거나 디지털세를 도입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플랫폼 자본주의 경향이 짙어지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국내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정부는 구글과 국내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을 지킬 수 있도록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