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대책 일환으로 알뜰폰 업체들이 출시한 ‘1만원대 20기가바이트(GB)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의 가입자 유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안팎에선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가 QoS(기본 데이터 소진 시 1~5Mbps의 속도로 데이터 서비스 제공)를 지원하지 않아, 가입자 유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알뜰폰 업체들이 지난 2월부터 출시한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 가입회선이 30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 업체는 스마텔, 큰사람커넥트, 프리텔레콤, 아이즈비전 등 4곳에 불과하다. 4개사가 출시한 총 9개의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 모두 QoS 지원이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올 2월 알뜰폰(휴대전화 가입회선 기준) 회선 수는 약 964만개로, 작년 12월(약 949만개) 대비 약 15만개 늘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출시한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 가입회선 수는 총 3000여개로, 올 2월 알뜰폰 회선 수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는 과기정통부가 알뜰폰을 활성화시켜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과점화된 통신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촉진시키고자 고안한 정책이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와의 협의를 통해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까지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이는 종량제(RM) 방식의 망 사용 도매대가에만 적용됐다는 한계가 있다. 알뜰폰 가입자의 90% 이상이 사용 중인 정액제(RS) 방식의 망 사용 도매대가를 낮추지는 못한 것이다.

정액제와 종량제 망 사용의 가장 큰 차이는 QoS 지원 여부다. 정액제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사와 동일한 구성의 요금제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기 때문에, 통신사와 동일한 QoS가 지원된다. 기본 데이터를 다 써도 속도 제한이 걸린 데이터를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정부 주도로 출시된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는 종량제 방식으로 통신망을 사용하므로 QoS 지원이 없다. 할당된 20GB의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면, 1메가바이트(MB)당 22.53원의 요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1만원대 요금제를 썼다가 추가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 기존 알뜰폰 가입자들도 1만원대 요금제로 갈아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시장지배사업자(SK텔레콤)가 통화, 데이터, 문자를 의무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QoS에 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통신사에 QoS를 무상으로 알뜰폰 업체에 지원할 것을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신사 입장에선 종량제 알뜰폰 도매대가를 50%가량 낮춰준 상황에서 QoS까지 무상으로 지원할 경우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가입자 이탈이 일어날 수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기존 종량제 알뜰폰 요금제에서도 400Kbps의 속도로 사용할 수 있는 QoS가 추가 과금으로 지원이 됐지만, 기본적인 웹서핑도 어려운 수준이라 이용자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과 협의해 QoS를 1Mbps 속도까지 늘려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추가 과금이 불가피하다. 추가 과금이 되면,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가 실질적으로는 2만~3만원대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알뜰폰 업체 스마텔이 내놓은 20GB 5G 요금제의 가격은 월 1만9800원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통신사의 3만원대 요금제를 쓰면 데이터를 다 소진해도 3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통화도 무제한이다. 각종 제휴 할인과 가족 결합 프로모션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1만원대 알뜰폰 요금제는 QoS가 지원된다 해도 속도가 1Mbps로 느린데, 실질적으로 통신사 요금제와 가격이 비슷해지면 굳이 사람들이 이용하려고 할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