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 오픈AI가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와 코드, 웹 검색까지 통합 추론이 가능한 신형 모델 ‘o3’를 공개한 데 이어, 범용 인공지능(AGI)을 겨냥한 차세대 모델 ‘GPT‑5’ 출시가 다가오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AGI는 인간처럼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학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오픈AI는 16일(현지시각) 사람이 화이트보드나 종이에 손으로 쓴 수식이나 흐릿한 그림까지 인식해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추론 모델 ‘o3’와, 속도와 비용을 줄인 경량형 모델 ‘o4-mini’를 공개했다.
o3는 수학·코딩·과학 등 복잡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론하는 동시에, 이미지까지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용자는 챗GPT 창 안에서 파이썬 코드를 돌리거나 웹 검색 결과를 끌어와 답변을 보정할 수 있다.
o4‑mini는 o3보다 계산량을 줄인 대신, 비교적 단순한 추론 작업에 특화된 소형 모델이다. 가격과 속도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으로, 다양한 기기 환경에서 추론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성능 강화 버전인 ‘o4‑mini-high’는 복잡한 수학 문제 풀이에서도 인간 이상의 속도를 보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 출신인 스콧 스윙글 어반트 AI 창업자는 자신의 X에 “o4-mini-high가 4일 전 새롭게 올라온 프로젝트 오일러 문제를 2분 55초 만에 풀었다”며 “인간 참가자 누구보다도 빠른 기록으로, 이 문제를 30분 안에 해결한 사람은 단 15명뿐”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오일러(Project Euler)’는 수학·프로그래밍 문제를 푸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일반적으로 상위권 참가자는 뛰어난 수학적 사고와 알고리즘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o3와 o4‑mini는 챗GPT 플러스·프로·팀 요금제 이용자에게 우선 제공되고, 수주 내 고성능 ‘o3‑pro’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o3와 o4‑mini에 이어 모든 기능을 통합한 GPT‑5를 몇 달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로드맵 발표에서 “o3를 독립 제품이 아니라 GPT‑5 안에 흡수해 제품군을 단순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GPT‑5부터 o(Omni) 계열의 추론 능력과 GPT‑시리즈 LLM(초거대언어모델)의 언어·도구 활용 능력을 하나의 엔진에 녹여 모델 선택 단계 자체를 없애겠다는 청사진이다.
한편 오픈AI는 o3부터 위험도 기반 ‘프레퍼드니스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안전 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기능은 단계적으로 제한한다. 오픈AI 측은 “GPT‑5 역시 같은 프로토콜을 따를 것”이라며 “AGI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윤리 검증이 제품 출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오픈AI의 새 모델 출시와 기능 확장은 이용자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 이달 들어 전 세계 챗GPT 주간 활성 이용자는 5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 출시된 이후 2년 4개월 만의 일로,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3억5000만명에서 불과 3개월 만에 30% 이상 증가했다. 오픈AI가 올 연말까지 목표로 한 10억명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특히 지난달 말 선보인 ‘지브리풍 이미지 변환’ 기능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세계적 밈(meme)을 만들며 이용자 수 증가에 불을 붙였다. 해당 기능이 공개된 첫 주에만 주간 이용자가 1억5000만명 넘게 급증했고, 서버 과부하로 하루 생성 횟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
챗GPT의 연이은 트래픽 폭증은 투자도 끌어냈다. 오픈AI는 이달 초 소프트뱅크 주도로 400억달러를 추가 유치하며 기업가치 3000억달러(약 425조7300억원)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GPT‑5가 본격 가동되면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규모가 지금의 수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