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스냅샷을 활용해 ‘꽃모자를 쓴 피카츄’와 즐기는 벚꽃축제./나이언틱 제공

최근 화창한 봄 날씨와 함께 모바일 위치기반 증강현실(AR) 게임사가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이용자들을 등을 돌리고 있다. ‘포켓몬고’ ‘피크민 블룸’ 등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AR 게임의 이용자 수는 최고점 대비 3분의 1가량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AR 게임의 콘텐츠 부족을 이유로 꼽고 있다.

15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AR 게임 선두주자인 포켓몬고의 4월 첫째 주 주간활성자수(WAU)는 45만29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53만6870명) 대비 8만명 이상 떨어졌으며 1년 전(64만8150명) 대비로도 20만명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모바일인덱스 통계가 시작된 이후 WAU가 가장 높았던 2022년 6월 넷째주(150만620명)와 비교하면 이용자 수가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지난 2016년 나이언틱이 미국·호주 등 일부 지역에 출시한 포켓몬고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인 포켓몬스터를 활용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글로벌 출시 이후 강원도 속초시 일부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리자, 수많은 인파가 속초시에 몰릴 정도였다. 이에 2017년 국내에서도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됐다. 하지만 2016~2017년 강력했던 포켓몬고 열풍은 점차 사그라들었다가, 2022년 ‘포켓몬빵’ 인기로 포켓몬 IP 열풍이 재점화하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구글플레이 ‘2022 올해를 빛낸 장수 게임’ 최우수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또 다른 AR 게임인 ‘피크민 블룸’도 최근 이용자 수가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피크민 블룸의 4월 첫째주 WAU(안드로이드만 추산)는 19만787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21만8420명) 대비 2만명 이상 하락했다. 이 게임도 나이언틱이 2021년 출시했는데, 국내에서는 걸그룹 뉴진스가 즐긴다고 알려지면서 지난해 말 국내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피크민 블룸은 지난해 11월 WAU가 41만2610명까지 다다르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용자 수가 3분의 1 가까이 급락했다.

/피크민 블룸 화면 캡처

나이언틱은 봄 날씨에 맞춰 외부활동과 연계된 마케팅 활동을 기획했지만, 이용자 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포켓몬고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야외를 이동하며 포켓몬을 잡고 배틀을 벌어야 한다. 피크민 블룸 역시 유저가 실제로 이동하며 게임 내 식물 모종을 화분에 심고 걸음 수를 채우면서 피크민 캐릭터를 생성해야 한다. 이런 야외 활동에 특화된 AR 게임 특성상 봄은 피크 기간이다. 이에 나이언틱은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여의도 봄꽃 축제’에서 포켓몬 특별 이벤트를, 여의도 더현대에서 ‘피크민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지만, 이용자수는 감소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AR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는 이유로 콘텐츠 부족을 꼽고 있다. 포켓몬고는 캐릭터를 수집하고 피크민 불름은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것 외에 새로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출시 초기에는 외부활동과 온라인 게임이 연결되는 재미로 게임을 진행했으나 반복되는 유형에 질려버린 유저들 상당수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나이언틱은 다양한 업데이트를 통해 캐릭터 다양화, 아이템 추가 등 업데이트를 진행하지만 콘텐츠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포켓몬 고나 피크민 블룸 등 AR 게임의 인기 하락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게임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고 단지 포켓몬이라는 IP나 인기 걸그룹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혁신적인 콘텐츠 없이 단순히 캐릭터 가짓수를 늘리는 수준의 업데이트가 계속된다면 유저 이탈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