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트럼프발(發) 반도체 관세가 조만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계 3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90% 이상 수입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미국 버지니아주에 머내서스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비가 노후화됐고 생산량도 적어 첨단 메모리의 경우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무거운 관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에 별다른 조치 없이 일반 관세가 붙거나 면제될 경우에도 메모리 반도체 3강 중 마이크론이 비교적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한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는 반면, 마이크론은 싱가포르, 대만, 일본, 미국 등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14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반도체 관세로 인한 타격은 SK하이닉스가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일반 관세 혹은 면제 조치가 부여된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인 대중국 관세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공산이 크기에 연간 D램 생산량의 약 40%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중국 리스크는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론의 경우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에 생산기지가 분포해 있다. 가장 오래된 공장인 팹4(머내서스) 공장의 경우 미국에 위치하고 있지만, 설비 자체가 노후화돼 구공정 D램을 양산하고 있으며 전체 생산량에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전체(웨이퍼 기준 90만장)의 8%(8만장)에 불과하다.

마이크론의 주력 생산기지인 싱가포르 공장의 경우 미국과의 상호 관세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나머지는 대만 타오위안 공장(팹11), 타이중 공장(팹16)과 일본 히로시마 공장(팹15)가 D램 생산량을 약 30%씩 분담하는 구조다. 낸드플래시 역시 미국 현지 공장의 비중이 전체의 20% 수준이다. 다만 마이크론은 올해부터 미국에 위치한 노후화된 팹을 현대화해 중장기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D램을 화성, 평택 등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일반 관세 조치가 적용될 경우 10% 수준의 기본 관세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 시안 공장은 문제다. 삼성전자의 최대 낸드플래시 생산 기지인 시안 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안 공장의 웨이퍼 생산량은 57만장 수준으로 전체(127만장)의 44%를 차지한다. 일반 관세가 적용된다고 해도 중국 리스크가 적잖은 셈이다.

가장 입장이 난처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중국 우시 공장에서 생산한 D램은 210만장(웨이퍼 기준)으로 전체 생산량(511만장)의 41%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비중이 높은 D램의 관세 리스크가 세 기업 중 가장 높은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미국이 대다수 물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라 IT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관세 폭탄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일반 관세를 적용하더라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철강, 자동차, 알루미늄에도 그렇게 했다. (철강·자동차 관세는) 현재 완전히 시행 중”이라며 “반도체에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관세는)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