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엔터·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 자회사들의 사모투자펀드(PEF·이하 사모펀드) 인수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인수 후 차익실현을 위한 재매각이 목적인 사모펀드 특성상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돼 이를 반대하는 카카오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 구조조정과 부도 위기를 겪은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카카오 자회사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카카오 노조, 사모펀드 인수 결사 반대… ‘제2의 홈플러스’ 사태 우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각설이 불거진 카카오VX(스크린골프),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자회사들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사모펀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카카오 공동체 노조인 크루유니언은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들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크루유니언은 “카카오VX,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사모펀드가 유력한 매수자로 전해졌다”면서 “최근 홈플러스 법인 회생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투자 이익 외에 사회적 책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카카오 노조가 사모펀드 인수에 반대하는 것은 사모펀드 손에 회사를 맡기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성장에도 악재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홈플러스입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해 직영점에서 약 5000명의 직원을 감축했습니다. 인력 구조조정 외에도 홈플러스의 핵심 점포 15개를 매각, 매출과 고객 방문 감소를 초래해 회사 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약 4조원의 점포 매각 대금은 배당 등을 통해 사모펀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지난 달 부도 위기에 빠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박성의 크루유니온 수석부지회장은 “사모펀드가 인수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회사의 핵심 자산은 탈취당해 빈 껍데기만 남은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라고 했습니다.
◇ 매각설 도는 카카오 자회사들, 일정 지분 사모펀드가 보유
카카오는 3년 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매각설이 불거졌습니다. 이 회사의 2대 주주는 지분 29.04%를 보유한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입니다. 카카오 보유 지분 일부만 인수해도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카카오엔터 역시 최대 주주는 지분 66.03%를 보유한 카카오이지만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12.42%)가 2대 주주로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가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매각설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 카카오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매각을 공식화한 카카오VX의 경우 벤처캐피털 뮤렉스파트너스가 카카오 측과 카카오VX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지분율이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지만, 카카오VX 역시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사모펀드를 매수자로 배제할 경우 계열사 정리에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면서 “신속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자라면 사모펀드 여부를 불문하고 자회사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이미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회사 경영 상황을 모니터링 해왔기 때문에,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사모펀드 인수 후 규제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직원 해고와, 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인수 대금 충당 등 부조리에 대한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는 “보통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후 자본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사모펀드 인수 이후 몇 년 간은 고용을 승계해 보장한다든지, 자산 매각을 통한 배당으로 차익을 실현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카카오도 자회사 매각을 고려할 때 돈만 보고 사모펀드에 넘기는 게 아니라 회사를 키울 수 있는 동종 업계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비싸게 팔면 당장은 이익을 볼지 몰라도,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자회사는 올해 2월 기준 116개사입니다. 2023년 5월(147개사)과 비교하면 21.1%가 줄었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가 자회사 정리를 꾸준히 추진했지만, 흡수 합병을 통해 자회사 수를 줄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아직까지 사모펀드에 매각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