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인 설립 이후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샤오미가 오프라인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자, 알뜰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판매가 대세인 한국에서 알뜰폰 판매망으로 활로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알뜰폰 뛰어든 샤오미… 자사 제품 연계 통신 요금제로 승부
8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정체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카드로 ‘알뜰폰’을 선택,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샤오미 한국총판인 스피츠는 지난 달부터 KT 통신망을 임대해 알뜰폰(MVNO) 브랜드 ‘스피츠모바일’을 출시했다. 지난 1월 샤오미가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를 알뜰폰 요금제와 결합해 판매한 데 이어, 국내 총판이 직접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 1월 KT엠모바일과 손잡고, 알뜰폰 통신요금 가입자가 2년 약정을 조건으로 매달 2만1000원짜리 요금제를 쓰면 40만원짜리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 기기를 공짜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스피츠모바일은 최근 알뜰폰 통신요금 가입 시 50인치 TV,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샤오미 가전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샤오미 초이스 요금제’를 선보였다. 업계는 샤오미가 향후 국내 출시하는 스마트폰 제품을 자사 총판이 운영하는 알뜰통신 요금제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오픈 예정인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직접 제품 체험을 하고 샤오미 한국총판이 운영하는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샤오미의 오프라인 1호 매장 오픈을 기점으로 샤오미 스마트폰 제품들과 연계한 알뜰통신 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통신사 유통 구조서 한계 부딪힌 샤오미… “사면초가 상황서 차선책”
샤오미가 국내 총판을 앞세워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샤오미는 지난 1월 통신 3사 오프라인 유통점을 통해 ‘레드미 노트 14′ 제품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후 출시한 ‘포코 X7′ ‘샤오미 울트라15′ 등 후속 제품은 온라인몰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샤오미의 판매 실적이 받쳐주지 못해 후속 제품들의 통신사 대리점 입점이 불발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단말기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삼성과 애플 단말기만 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샤오미의 고민이 컸을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샤오미의 주요 고객이 중저가 자립제폰 사용자라는 측면에서 알뜰폰과의 연계를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샤오미의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리미엄폰 소비 비중이 큰 시장에서 저가폰 공세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저가폰 시장 역시 통신사 유통망을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가 주도하고 있어 틈새 시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프터 서비스(AS) 측면에서도 삼성에 밀린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샤오미가 알뜰폰과 연계한 중저가폰 판매 전략을 쓰는 것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차선책”이라며 “한국 시장에 안착하려면 통신사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샤오미 울트라15′ 같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샤오미가 아무리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도 자급제폰 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선 마케팅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한국과 달리 자급제폰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선 2023년 1% 미만이었던 샤오미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해 6%까지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