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뉴스1

LG전자가 올해 1분기 우호적인 환율 효과와 H&A(가전), HE(TV) 사업부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당초 증권가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액의 경우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LG전자의 ‘시련’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1분기의 경우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이전에 미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풀인(Pull-in) 수요가 실적에 도움이 됐지만, 2분기부터는 LG전자의 트럼프발 관세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 매출 역대 최대…관세장벽 이전 ‘풀인’ 효과 톡톡

LG전자(066570)는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 1조2590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7%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조7447억원으로 전년보다 7.8% 늘었다.

1분기 기준 매출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올린 1분기 역대 최대 매출(21조959억원)을 경신한 것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보면 이 기간 매출은 22조668억원, 영업이익은 1조25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앞서 다수 증권사들은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3000억원대를 전망한 바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환율 효과와 함께 H&A(가전), HE(TV), 연결 자회사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했다”고 분석하며 1조33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기도 했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소폭 하회한 배경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신사업 성과 가시화 지연이 꼽힌다. 지난해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해상 물류비 리스크가 해소됐고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기업간거래(B2B) 사업인 냉난방공조(HVAC) 실적이 개선됐지만, 새로운 캐시카우로 육성하고 있는 기업용(B2B) 사업이 아직 전반적인 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발 관세 본격화…시험대 오른 LG의 위기대응 능력

업계에서는 올해 LG전자 실적의 ‘본게임’이 2분기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2분기 실적으로 시장이 LG전자의 관세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LG전자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관세 확대에 따른 판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판매량 축소를 최소화하는 선에서의 절묘한 가격 정책으로 2분기 실적을 최대한 방어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과 TV 상당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하는데,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가 면제된 것은 현재로서 긍정적이다. 게다가 LG전자의 경우 이미 앞서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충해놓은 상태다.

다만 멕시코, 미국에서의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아시아 지역에서의 생산비용 대비 인건비와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북미 사업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 역시 2분기 LG전자의 실적을 속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조원 미만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대비 6~7% 하향조정된 수치다. 이는 2분기에 발생할 매출 일부가 1분기 실적이 이미 반영됐다는 것을 고려한 분석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올해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2분기”라며 “특히 LG전자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B2B와 비(非) 하드웨어 서비스에서 수익을 올려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