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4·5위 회사인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업의 주력 사업인 구형(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SMIC와 화홍반도체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합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가 UMC를 인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검토 중이다. 본사는 미국에 두고, 생산기지는 아시아와 유럽 전역에 마련하는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파운드리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4.6%(5위), UMC는 4.7%(4위)였다.
크리스 카소 울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합병을 통해 글로벌파운드리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UMC는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대만 외 지역에 생산 시설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레거시 공정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 잠식을 막고 시장 내 입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의 합병 검토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레거시 반도체 진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시장 3위 기업인 중국 SMIC가 현재 양산을 진행 중인 최첨단 공정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이다. 하지만 3㎚ 양산을 진행 중인 파운드리 시장 2위 기업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3%포인트(P)밖에 나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와 맞물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의 점유율은 위축되고 있다. 지난 2023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를 두고 경쟁해 오던 글로벌파운드리와 UMC는 지난해 1분기부터 SMIC에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중국 내 파운드리 2위 기업 화홍반도체도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SMIC와 화홍반도체는 레거시 공정 기술력 측면에서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격차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중국 내수 물량까지 쏠리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보니,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개별적으로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글로벌파운드리의 재정 여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파운드리의 시가총액은 약 200억달러(약 29조원), UMC는 약 170억달러(약 25조원) 수준이다. 글로벌파운드리가 UMC를 인수할 자금 여력이 부족해, 대규모 차입 등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업 규모만을 단순 비교하면 글로벌파운드리가 UMC를 인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규제 당국과 대만 정부도 쉽게 두 기업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와 같은 유형의 거래는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며, 이는 ‘상당한 장애물’”이라며 “대만 정부도 글로벌파운드리가 UMC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