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의 대항마로 부상한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HBM3E(5세대 HBM) 16단 제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열압착장비) 공급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세미텍은 TC본더 개발 착수 5년 만에 HBM3E 8단과 12단 제조용 TC본더 공급에 성공한 데 이어 최고층 TC본더까지 SK하이닉스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이 올해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TC본더 제품이 8단부터 최대 16단 HBM3E 제조에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HBM3E 최고층 제품은 12단으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HBM3E 16단 제품은 시제품 단계에서 싱가포르 ASMPT 장비를 활용했으나, 한화세미텍의 장비도 양산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사용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 장비를 주로 활용해 왔으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화세미텍, ASMPT의 장비 도입을 적극 추진해왔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에 한화세미텍과 납품 계약이 성사된 장비는 HBM3E 8단, 12단용이지만 추후 개량을 통해 16단 제품까지 활용 가능하도록 협의를 진행했다”며 “TC본더의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추구해 온 TC본더 다변화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세미텍은 지난 27일 SK하이닉스와 210억원 규모의 HBM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도 SK하이닉스에 210억원 규모의 HBM TC본더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까지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TC본더 공급 누적 계약금액은 400억원을 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2억달러(약 26조4000억원)에서 내년에는 467억달러(67조9000억원)로 156% 성장할 전망이다.
앞서 한화세미텍은 2020년 TC본더 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품질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올해 초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0일에는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한화정밀기계에서 한화세미텍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달 한화세미텍이 처음 참가한 국내 최대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 현장에서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 기술 뿐”이라며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