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 레거시(구형) 반도체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레거시(구형) 반도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레거시 반도체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의 물량 공세에 레거시 반도체 사업에서 고전하던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바이든 행정부 임기 중 시작된 청문회는 반도체 물량 공세로부터 미국 및 기타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선제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CXMT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설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D램 시장 점유율의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SMI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은 중국 내수 시장에 힘입어 세계 시장 점유율 6%(매출 기준)로 삼성전자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연말 세계 10대 파운드리 중 중국 파운드리의 레거시 공정 점유율은 2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에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전자제품 3분의 2가 중국의 레거시 공정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며 “미국 방위산업과 연계된 기업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트렌드포스는 “미국은 청문회를 시작으로 중국 레거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억제할 방침”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글로벌 시장에 가하는 가격 하락 압력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일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가격 하락세를 거듭하던 레거시 반도체 가격이 정상화되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기업의 물량 공세로 DDR4 등 레거시 반도체 수익성이 훼손되며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규제로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면, 관련 수요가 국내 기업으로 옮겨져 일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DB하이텍, SK키파운드리 등 레거시 파운드리 공정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이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점유율 격차를 3%포인트(P) 수준으로 좁혔다”며 “미국의 규제가 심화돼 중국 파운드리 기업의 글로벌 사업이 위축되면 레거시 공정을 제공하는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