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이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기업이 공개한 GPU 확보 계획만 해도, 정부가 목표한 물량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량의 GPU를 확보하려는 통신사들의 움직임이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GPU 구독 서비스(GPUaaS)’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국내 통신사들이 각사의 GPU(이하 엔비디아 ‘H100′ 이상 고성능 GPU 의미) 확보 현황과 추진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통해 1만장의 GPU를 확보했다고 발표했고, SK텔레콤은 총 6만장의 GPU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지난해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기업 람다랩스(이하 람다)와 손을 잡았다. 람다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를 공급받아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GPU(GPUaaS) 회사로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두 회사가 발표한 GPU 물량은 총 7만장으로,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7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GPU 수량(3만장)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유입된 GPU는 총 3000장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WC 2025에서 LG유플러스는 구체적인 GPU 확보 계획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업무 협력을 깜짝 발표했다. LG유플러스가 추후 AWS를 통한 GPU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된 배경이다.
통신사들이 필요 이상으로 대량의 GPU를 확보하려는 건,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GPUaaS(GPU 구독 서비스) 사업을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통신 외 사업에서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통신사들의 고성능 GPU 확보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통신사들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GPU 구독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GPUaaS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GPU를 구독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일반 기업들이 인프라를 직접 갖추지 않아도 인터넷 연결만 되면 GPU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GPUaaS의 강점이다. 일반 기업들의 경우 GPU를 온프레미스(기업이 자체 시설에서 직접 유지와 관리를 하는 프라이빗 데이터센터) 방식으로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GPUaaS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GPUaaS 시장 규모는 2024년 43억1000만달러(약 6조2333억원)였지만, 연평균 35.8%씩 성장해 오는 2032년에는 498억4000만달러(약 72조885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 1월 국내에서 GPUaaS 서비스를 출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GPUaaS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