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오픈AI ‘챗GPT’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하는 등 오픈AI의 공격적인 행보로 챗GPT MAU는 한 달 만에 70만명이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국내 이용 제한에 걸리면서 챗GPT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애플리케이션(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챗GPT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86만9088명으로 전월(314만229명)보다 72만명 넘게 증가했다. 챗GPT가 국내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수치다. 전년 동기(69만7830명) 대비로는 300만명 이상 늘었다. 이는 모바일 앱 기준으로만 산정된 수치로, PC 사용자를 포함할 경우 실제 사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챗GPT 이용자 수가 늘어나게 된 데는 오픈AI의 공격적인 행보로 인한 마케팅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4일 올트먼 CEO가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며 관심을 모았다. 올트먼 CEO는 짧은 일정 속에서도 국내 주요 인사들과 만나 협력 논의를 이어갔다. 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만나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딥시크의 국내 서비스 차단으로 인한 반사효과도 누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딥시크 이용자 정보가 중국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로 넘어가는 등 문제를 확인하고 지난달 15일 국내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등을 통한 앱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딥시크 차단이 화두가 되면서 기존에 AI 챗봇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관심이 커지며, 챗GPT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픈AI 로고. /연합뉴스

AI 챗봇은 단순 보조 기능을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생산성 향상에 필수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챗GPT의 상승세와 달리 토종 AI 서비스들의 이용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챗봇 ‘에이닷’의 경우 지난달 MAU가 155만2558명으로 지난해 10월(280만4381명) 대비 125만명가량 떨어졌다.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뤼튼’의 MAU는 지난달 85만1792명으로 전월(91만4105명) 대비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올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GPT-5.0 버전이 GPT-4.0 버전보다 더 향상된 성능과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면서 사용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은 올 4월 출시 예정인 iOS 18.4 버전에 애플의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출시하는데, 여기에 챗GPT가 탑재된다. 아이폰 이용자는 따로 챗GPT에 가입을 하지 않아도 챗GPT 서비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챗봇의 이용자 수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하는데, 챗GPT의 경우 그런 이벤트들이 많았다”며 “생성형 AI의 경우 일부 논문이나 특수 분야 등 세분화된 용도 목적을 설정하지 않은 이상, 트래픽을 가져가는 게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