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백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관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사이버보안콘퍼런스’에서 “총과 폭탄에 필적할 만큼 컴퓨터와 키보드가 국가 안보를 실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사령관은 “평소에도 위협 세력은 주체가 불분명한 사이버 공격을 실제로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 위험성은 더 클 수 있다”며 “국가 안보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변화무쌍한 전장에서 익숙한 틀에 갇혀 가능성 있는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은 사이버보안 측면에서 두 가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령관은 “첨단 기술의 가능성과 취약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방어자 입장에서는 보안 기술 향상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위협 세력의 공격 기법 고도화는 도전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5월 있었던 나토 사령관 포럼의 주제도 인공지능 등 파괴력 신기술의 군사적 적용 방안이었는데, 핵심 이슈가 그 가능성과 취약성에 관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사령관은 더 이상 방화벽을 중심으로 한 차단 정책과 내부 시스템, 내부 감시 등 경계선 구축 기준의 사이버 보안만으로는 급격한 정보 환경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적인 군사 작전에서 초수평선 작전이 필요하듯이 사이버보안도 익숙하지 않은 잠재적 위협을 선제적으로 탐지, 분석 및 예측해 적시에 대응하는 전방 방어 작전과 신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의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령관은 “사이버 공간에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며 “군에서는 미국, 나토 등과 다국적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령관은 사이버 신기술의 규범화와 제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위는 주체가 불분명하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신기술이 책임 있게 개발되고 사용되지 않으면 법 차원은 물론 윤리적인 사회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신기술이 예측력과 분석의 신뢰도를 높여줄 수는 있어도 최종 판단과 의사 결정의 몫은 사람”이라며 “파괴적 신기술로 만들어진 창과 방패는 법적 제도의 틀 속에서 목적에 맞게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