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지난 2월 국내에 출시한 오픈형 무선이어폰 링크버즈는 음악이 나오는 드라이버를 도넛 모양으로 만든 ‘링 드라이버’를 탑재한 완전 개방형 무선이어폰이다. 귀를 틀어막아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폐쇄형 이어폰과 달리 주변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운전하거나 일할 때 착용할 수 있어 생활형 무선이어폰이라 부르는 소비자들도 있다. 2주간 소니 링크버즈를 사용해 봤다.
그동안 무선이어폰은 외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몰입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노이즈캔슬링과 방음 설계 기술은 필수였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은 외부와 사용자를 단절시키면서 장시간 착용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였다.
무엇보다 외부 소음을 막는다는 이유로 이어팁을 귓구멍에 딱 맞게 디자인하면서 외이도(귀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관)에 염증이 발생하는 외이도염 발병률을 높이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귀를 틀어막으니 귓속이 습해지면서 곰팡이와 세균 번식이 활발해진 것이다.
소니 링크버즈는 ‘일상 소리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삶’을 목표로 하는 개방형 무선이어폰이다. 외부 소리를 듣거나 타인과 대화하기 위해 이어폰을 썼다 벗었다 반복할 필요도 없다. 운전과 자전거 라이딩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제품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용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택배·배달 기사와 야외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안전과 즐거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아이를 돌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엄마 사이에서는 떠오르는 ‘육아템’으로 인기가 높다.
2주간 사용해 본 소니 링크버즈의 가장 큰 장점은 장시간 사용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작고 가벼운 무게다. 유닛 1개당 4.1g의 무게로 착용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기존 무선이어폰이 유닛당 8~10g 정도인 걸 고려할 때 절반 수준이다. 귓구멍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착용감도 우수하다. 5개 크기의 피팅 서포터를 제공해 남녀노소 누구나 흘러내리지 않게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통화 품질도 만족스러웠다. 노이즈 감소 알고리즘을 탑재해 깨끗하고 또렷한 통화 품질을 제공한다. 애플 에어팟 프로, 갤럭시 버즈2와 비교해 월등히 뛰어났다. 통화를 하는 상대방이 무선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거리감이나 소음이 없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독특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주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어 좋아할 수 있다. 다만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디자인이다.
배터리 시간이 짧은 점도 아쉽다. 유닛만 5.5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데, 장시간 사용하는 제품 콘셉트를 생각하면 사용시간이 길다고 할 수 없다. 케이스로 충전하면 최대 17.5시간 사용할 수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소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분 충전으로 90분 사용할 수 있는 고속 충전을 제공하지만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경쟁사 대비 비싼 가격도 부담스럽다. 출하가 22만9000원이면 소니 링크버즈 말고도 살 수 있는 무선이어폰이 너무나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