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기, 피부관리기, 전자식 마스크 등 가끔 특이한 가전제품을 내놓는 LG전자가 또다시 문제작을 출시했다. 바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채소나 꽃을 길러주는 기계다. 이를 가리켜 LG전자는 식물생활가전이라고 부른다.

사실 지난해 10월 디오스 와인 셀러를 연상하게 하는 크기의 ‘틔운’이 출시됐을 때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이달 초 탁자에도 올릴 수 있는 ‘틔운 미니’가 출시됐다. LED로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오리지널 틔운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집안 어느 공간에 놓아도 되는 작은 크기가 매우 실용적이고, 인테리어 효과도 상당해 보였다. 출시 기사를 쓰면서 곧바로 제품을 주문했다. 하루 뒤에 틔운 미니를 받았다. 설치기사는 “오늘 하루에만 10대 이상을 설치하러 간다”고 했다. 실제 LG전자는 초기 물량으로 준비한 1000대를 출시 6일 만에 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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틔운 미니는 씨앗 키트를 기기에 설치하고, 물과 영양제만 제때 넣어주면 식물이 알아서 자란다. 집 안을 식물로 꾸미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에 가장 적합한 가전이다. 요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지 않은데, 식물을 보며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틔운 미니의 구성은 간단하다. 하얀 몸체에 가로 길이 480㎜, 높이 261㎜, 깊이 165㎜가 전부다. 개방형 담액수경재배를 택하고 있다. 온실처럼 닫힌 구조가 아니라 열려 있고, 물을 담아 키우는 식물 재배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무게 역시 2.3㎏에 불과해 이동이 자유롭다.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향긋하고 소중한 패키지A. 루꼴라와 비타민으로 구성됐다. /박진우 기자

LG전자는 틔운 미니의 씨앗 키트를 세 가지 마련했다. 메리골드와 청경채로 구성된 ‘어여쁘고 소중한 패키지A’, 쌈추와 청치마상추가 들어있는 ‘푸르고 소중한 패키지A’, 루꼴라와 비타민을 키우는 ‘향긋하고 소중한 패키지A’다. 씨앗 키트는 두 개의 박스가 하나로 연결된 구조고, 왼쪽과 오른쪽의 식물은 같다. 키트 상단 표면에는 구멍이 각각 5개 뚫려 있는데, 그 안에 흙 역할을 하는 스펀지와 같은 물질과 씨앗이 들어있다. 키트의 하단은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비타민 키트를 틔운 미니 본체에 얹고, 키트와 본체 사이로 물을 부었다. 물은 약 300~400㎖가 한 번에 들어간다. 일주일 정도면 식물들이 모두 빨아들이는데, 본체 중앙에 물의 양을 알 수 있는 부표를 설치해놨다. 또 물이 부족하면 LED 조명이 깜빡거리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다. 처음 설치 후 일주일 뒤에 씨앗키트와 함께 들어있는 영양제(A·B)를 1포씩 물에 넣어줬다.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설치 3일 만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박진우 기자

설치 며칠 만에 싹이 올라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상당하다. 아이에게 성장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틔운 미니에는 늘 LED 조명이 들어와 있는데, 빛 공급과 식물이 자라는 데 적당한 온도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LG 씽큐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기기를 연결하면 어떤 씨앗이 자라고 있는지, 언제 설치했는지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또 원격으로 LED 조명 상태, 조명을 켜고 끄는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3주 정도 식물을 길렀더니 제법 높이 자랐다. 이대로 가면 LED 조명까지 닿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럴 때는 LED 조명의 위치를 높여줘야 한다. 제품 하단의 연장 기둥을 이용하면 된다. 씨앗키트를 잠깐 빼고, 물탱크를 분리한 뒤 본체를 뒤집어 연장 기둥을 뺐다. 기본적으로 키트가 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수건 등으로 물이 흐르지 않도록 해야 했고, 물탱크도 깊지 않아 쏟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물은 부표를 보면서 본체와 키트 사이에 적당량을 넣어주면 된다. 물이 부족하면 LED 조명이 깜박인다. /박진우 기자

LG싱큐앱을 통해 조명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초보 도시농부에게는 ‘조명이 어두우면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걸러 듣기 어렵다. 그래서 매일 일정 수준 이상의 밝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게 꽤 밝다. 광고 이미지에서 보이는 은은한 조명 정도가 아니라, 진짜 밝다. 계속 보고 있으면 눈에 살짝 피로감이 온다. 방 안 무드등이나 취침등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운 복도에 놓았더니, 딱 알맞다. 하루 14시간 정도 조명을 켜놓는 것이 적당하다.

씨앗 키트의 경우 좌우의 식물이 달랐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키트에 ‘A’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으로 보아 아마, 다음 출시될 키트들은 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 등에서 틔운 미니를 구입하면 씨앗 키트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종종 있다. 씨앗 키트 가격이 2만원대여서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식물이 자라서 LED 조명에 닿을 수 있다. /박진우 기자

집에 식물만 들이면 왠지 모르게 말라 죽이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식물도 생물이라 죄책감이 컸는데, 틔운 미니로 키운 비타민은 20일 정도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솎아 주다가 줄기를 건드려 죽은 한 구멍 녀석만 빼면 곧 우리집 식탁에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LG전자 홈페이지 기준 19만9000원이라는 기기의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꿋꿋이 자라는 식물을 보며 드는 마음의 안정을 생각한다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도 없다. 기자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보다. LG전자 홈페이지의 틔운 미니 리뷰를 쓴 32명의 사용자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별 5개를 줬다.

LG전자 식물생활가전 틔운 미니. 어느 정도 식물이 올라오면 연장 기둥을 이용해 조명 높이를 높여주면 된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