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기기 강자인 일본 소니가 최근 중저가 보급형 무선 이어폰 WF-C500을 선보였다. 1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는 WF-C500은 소니가 판매하는 무선 이어폰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제품이다.
무선 이어폰 시장은 애플 에어팟이 선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6년 아이폰7에 3.5인치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출시했는데, 출시 초기에는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비싼 가격(21만9000원) 탓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에어팟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무선 이어폰이 됐다. 올해 3분기 전 세계 무선 이어폰 판매량은 7220만대으로, 애플의 점유율은 24.6%를 기록 중이다.
소니는 2017년 무선 이어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는데, 고급 제품인 WF-1000X 시리즈가 마니아층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소니는 스포츠 활동에 최적화된 SP 시리즈, 컬러감을 강조한 H 시리즈, 그리고 저음을 강조한 XB 시리즈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번에 나온 WF-C500은 콤팩트하면서도 캐주얼한 감성을 더했다는 게 소니 측의 설명이다. 소니 무선 이어폰 WF-C500을 사용해봤다.
소니는 콩나물 형태인 애플 에어팟과 달리 귓바퀴를 가득 채우는 이어버드 스타일의 무선 이어폰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어버드 스타일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유닛의 크기를 키울 수 있어 고음질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니는 WF-C500에도 이어버드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했다.
WF-C500의 색상은 블랙, 화이트, 그린, 핑크 등 4가지다. 화이트 색상을 사용했는데, 첫인상은 삼성전자 버즈 시리즈, 중국 QCY 제품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비슷하다. 디자인이 세련되지는 않지만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무난한 모습이다. 가격은 출고가 기준 11만9000원으로 기존 소니 무선 이어폰과 비교해 절반 가격으로 저렴하다. 현재 사용 중인 애플 에어팟 프로(32만9000원)와 비교해서는 3분의 1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충전 케이스는 원통형으로 주머니나 가방에 가볍게 넣고 다닐 수 있다. 소니는 케이스 내부에 있는 이어폰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케이스 뚜껑을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었다. 제품 후면에는 USB-C 타입의 충전 커넥터가 있으며, 무선 충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어폰 유닛 디자인은 경쟁사 이어버드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닛 바깥 부분에 물리 버튼을 탑재해 음악 재생, 볼륨 제어, 전화 통화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호출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소니 WF-C500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10시간, 충전 케이스로 충전할 경우 최대 2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소니 무선 이어폰 가운데 사용 시간이 가장 긴 편이다. IPX4 등급의 생활 방수를 지원해 가벼운 물 튀김이나 땀을 흘릴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지만 실리콘 팁이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해 차음력이 좋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지하철 내부나 길거리에서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건 아니다. 사무실이나 집 내부 등 조용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더 적합하다.
음질은 소니 특유의 강한 출력을 그대로 물려받아 강력하다. 저음과 고음 영역에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출력이다. 다만 중저가형 제품인 만큼 전체적인 밸런스나 고음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회사 동료 10여명에게 평가를 받았더니 ‘밸런스는 나쁘지 않지만 고음이 날린다’ ‘출력은 강한데 전체적으로 가볍다’ ‘애매하게 웅장하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착용감은 매우 뛰어나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1~2시간 사용해도 피곤하지 않다. 소니 WF-C500의 가장 큰 장점이다. 통화 품질은 기존 무선 이어폰과 마찬가지로 아쉽다. 지하철 내부에서 사용한다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상대방의 불만을 듣게 될 것이다. 소니 WF-C500은 입문용 무선 이어폰으로 적합한 제품이다. 가격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나 편하게 쓸 제품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저렴해 보이는 디자인과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제품이 많다는 점은 소니 WF-C500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