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텍] 80년대 ‘필카’ 레트로 감성의 부활… FM2 닮은 니콘 ‘Z fc’ 써보니

니콘이 지난 6월 출시한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 ‘Z fc’는 니콘 대표 필름카메라 FM2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제품이다. 니콘은 지난 2018년 미러리스 카메라 Z시리즈를 출시, 현재까지 Z 5, Z 7 등 7개의 신제품을 내놨다. 이번에 나온 Z fc는 기존 Z시리즈와 달리 뉴트로(옛것을 현대화한 것, 신복고) 디자인을 적용해 다양한 연령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니콘 Z fc는 카메라 본연의 성능을 크게 개선한 하이앤드(고사양) 제품은 아니다. 다만 초급자부터 중급자까지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 활용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FM2를 떠올리는 디자인 덕분에 사진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니콘 Z fc를 직접 사용해봤다.

니콘 Z fc는 FM2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집착하면서 필름카메라의 불편한 조작성도 가져왔다. 다이얼이 많고 버튼도 많아 초보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니콘 제공

니콘 Z fc의 첫인상은 FM2를 연상시킨다. 제품 상단에 있는 3개의 다이얼과 뷰파인더 디자인, 셔터 버튼의 위치 등이 FM2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전면 디자인만 볼 때는 FM2와 구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제품 상단 다이얼은 노출 보정, 셔터 스피드, 감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또 정보를 보여주는 손톱 크기의 작은 디스플레이도 있다. 필름카메라에서 남은 컷수를 나타냈던 창인데, Z fc에서는 조리갯값을 보여준다.

렌즈를 결합하는 전면에는 렌즈 교환 버튼과 화이트밸런스 설정 버튼이 렌즈를 중심으로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있다. Z fc를 사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화이트밸런스 버튼의 위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을 때 오른손 넷째 손가락이 닿는 곳에 버튼이 있어 의도하지 않게 버튼을 계속 누르게 된다. FM2의 심도 미리보기 버튼을 그대로 따라하기 위한 구성이지만, 오히려 편의성을 해쳐 아쉬웠다.

제품 후면에는 3인치 크기의 터치식 디스플레이 패널과 다양한 버튼이 있다. 메뉴부터 재생까지 다른 카메라와 차이가 없는 버튼 구성이다. Z fc에는 Z 시리즈 최초로 회전식 액정 모니터가 탑재됐는데, 다양한 앵글에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 편리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정면으로 돌리면 자동으로 셀피(selfie·셀프 카메라)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은 눈길을 끌었다. 유튜버나 셀피를 많이 찍는 젊은층이 만족할 만한 기능이다.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자식 뷰파인더는 밝기를 높이고 시야율 100%를 구현, 활용도를 높였다.

Z fc는 오토 모드에서 노출 보정 기능을 지원한다.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사진 밝기를 조절하거나 실루엣을 강조할 수 있다. 또 사람의 눈을 자동으로 인식, 초점을 잡아주는 눈 인식 자동초점(AF) 기능과 동물을 추적해 초점을 맞추는 동물 인식 AF도 탑재했다. 실제 사용 결과 정확도와 속도가 빨라 만족스러웠다.

니콘 Z fc는 니콘의 대표 필름카메라인 FM2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 뉴트로 트렌드에 맞는 외관을 자랑한다. /윤진우 기자

이미지센서 감도는 100부터 5만1200까지 지원해 초보자도 어두운 곳에서 선명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동영상 기능은 보급형 제품을 훌쩍 뛰어넘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4K(3840×2160) UHD 30프레임의 고화질 동영상을 적은 흔들림으로 간편하게 찍을 수 있어 편리하다.

니콘 Z fc의 단점은 명확하다. 카메라 바디만 118만원, 기본 렌즈를 1개를 포함하면 가격은 138만원으로 뛴다.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비싼 가격이다. 이 가격이면 35㎜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중고로 구입하는 게 더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

FM2의 디자인을 가져오는 데 집착하면서 필름카메라의 불편한 조작성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했다. 다이얼과 버튼이 많아 초보자가 필요한 기능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대표적이다. 불편한 그립감은 사용 내내 아쉬웠다. 화이트밸런스 버튼이 그립을 방해하면서 사진이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