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들을 성 착취한 뒤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친필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각) 엡스타인이 지난 2003년 자신의 5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앨범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글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오랜 기간 함께 배우고 모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며 “당신의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은 참 특별하고, 친구들에게 위안을 준다”고 했다. WSJ는 한 단락 분량의 짧은 친필 메시지를 직접 확인했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은 예전에도 논란이 됐다. 2001년 퇴임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네 차례 탑승했고, 맨해튼 저택도 방문했다. 엡스타인의 성 착취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2002년에 클린턴 전 대통령을 안마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2020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촌테 데이비스(당시 22세)라는 여성 마사지 테라피스트로부터 목과 어깨 부위 마사지를 받고 있는 사진을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진은 2002년 9월쯤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온라인 캡처

이 생일 축하 앨범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나체를 외설적으로 그린 편지가 발견됐다는 WSJ 보도에 등장한 앨범과 동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자뿐 아니라 WSJ 모회사 뉴스코프와 루퍼트 머독 창립자에 대해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내는 등 반발했다.

WSJ의 발행사 다우존스는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에 대해 “기사의 사실관계와 정확성에 전적으로 자신이 있다. 모든 소송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또 전문가들이 가죽으로 제본한 생일 축하 앨범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이외에도 각 분야 인사 약 60명의 이름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의 공동 창립자 리언 블랙과 함께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과 언론 재벌 모트 저커먼 등 거물의 편지도 확인됐다. 일부 편지는 무난한 생일 축하 메시지였지만, 노골적인 농담과 성적 표현이 담긴 메시지도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임원 출신인 억만장자 네이선 마이볼드는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사진이 적절한 것 같아”라는 메시지와 함께 교미 중인 사자와 생식기가 드러난 얼룩말 등을 찍은 사진을 보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의 공동 창립자 블랙은 “금발, 빨간 머리, 갈색 머리 여성은 전 세계에 퍼져 있고, 물고기를 잡은 그물을 지닌 엡스타인은 이제 노인과 바다”라는 자작시를 보냈다. 앞서 블랙은 지난 2021년 엡스타인과의 비정상적인 돈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사임했다.

억만장자였던 엡스타인은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