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이란과 러시아가 긴급 회동하기로 했다.

22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방문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23일 모스크바로 이동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어떠한 이유를 들더라도 주권 국가의 영토를 미사일과 폭탄으로 공격하는 무책임한 결정은 국제법, 유엔 헌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미 위험한 긴장 고조가 시작됐으며 이는 지역과 세계 안보를 더욱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과 정치·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면서, 유엔 안보리의 적극적인 개입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명한 입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번 공습이 핵 비확산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고위 인사들도 일제히 미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평화중재자를 자처하던 트럼프가 이제 미국을 또 다른 전쟁에 끌어들였다”며 “이것이 성공이라면 노벨 평화상은 먼 얘기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러시아 하원 외무위원장인 레오니드 슬루츠키도 “이번 미국의 공습은 군사적 필요성도, 국제법적 정당성도 없다”고 일축하며 “이란의 보복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 모든 사태는 충돌의 악순환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성까지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