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미군 개입을 시사하면서, 그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 중동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2003년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 이후 20년 가까이 쌓인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MAGA 내에서도 이란에 맞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친(親)트럼프 보수 언론인 터커 칼슨은 최근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이끌려 또 하나의 중동 전쟁에 말려들고 있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책사’로 불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우리는 더 이상 ‘영원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미 상원의원(켄터키주)은 “외교는 자제에서 나온다. 대통령도 과거 자제력을 보여줬다”면서 “대통령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토머스 마시 공화당 의원과 로 카나 민주당 의원이 의회 승인 없이 미군이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MAGA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는 이유는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이 대외 문제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대선 도전 당시부터 ‘중동 분쟁’을 비판하며 미국 자원을 해외에 투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이 입장으로 유권자들을 끌어 모았다. 더구나 트럼프는 2016년 미국인들의 ‘이라크 트라우마’를 겨냥해 “이라크 전쟁은 큰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BBC 방송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다수는 그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원한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는 미군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으며,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53%가 미군 개입을 반대했다.
반대가 거세지자 백악관은 진화에 나섰다. JD 밴스 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 25년간의 어리석은 외교 정책으로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를 얻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밴스의 발언에 대해 “백악관이 군사 행동 가능성에 분노하는 트럼프 지지층을 설득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물론 찬성 의견도 있다. 이스라엘을 지원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고, 핵 개발을 완전히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주장이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스라엘에 폭탄과 전투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결국 이스라엘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 논란이 MAGA 운동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직 고위 국방부 관리는 WP에 “이것은 미국 우선주의 운동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와 밴스를 당선시키는 데 많은 투자를 한 MAGA 운동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더 큰 전쟁으로 번진다면 엄청나게 실망할 것이며, 그것은 일부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MAGA 내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한 한 전직 공무원은 “지금 정치적 우파의 핵심 쟁점은 이란”이라며 “무역도, 지출도, 심지어 문화 전쟁도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외교 정책, 특히 이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성 지지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전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MAGA가 아니다”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미군 개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MAGA 운동 내부에 깊이 자리 잡은 분열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전쟁이 잘못되면 격렬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며, 이란은 MAGA 운동을 붕괴시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