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각)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이 무산되거나, 이란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 상황을 이유로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던 G7 정상회의를 조기 귀국했으며 백악관 복귀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예정이다.
회의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지하 핵시설 파괴용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산악 지대인 포르도 지역 지하 깊숙이 핵시설을 건설해두고 있으며 이를 파괴하려면 지상 작전 없이 고위력 폭탄이 필요하다. GBU-57은 무게가 13.6톤에 달해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만이 운용 가능하다.
NYT는 미군이 지난 2년간 백악관 감독 하에 GBU-57을 투하하는 포르도 공습 작전을 시뮬레이션해왔다고 보도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한 발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여러 대의 B-2 폭격기가 연속 투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작전을 승인할 경우 미국이 사실상 중동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미국 병사를 해외 전쟁에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란 역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미국의 모든 역내 기지가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며 미군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버스터 지원을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의 핵심 목표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 제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력 차단을 통해 포르도 내 원심분리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핵심 농축 설비를 무력화할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은 “포르도는 항상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다”며 “이번 충돌 이후에도 농축이 계속된다면 전략적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