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한 반(反)이민세관집행국(ICE) 시위가 단순한 우발적 시위가 아니라, 고도로 조직된 움직임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시위에 흘러 들어간 배후 자금 흐름 추적에 나섰다.
폭스뉴스 등 미국 매체는 지난 12일(현지시각) FBI 국장 캐시 파텔이 “FBI는 이 폭동에 책임이 있는 모든 금전적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시위는 풀뿌리 운동 성격이 강하다. 대부분 자발적인 참여나 소액 기부로 운영한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 당시 BLM(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재단은 9000만달러(약 1230억원원)을 개인 소액 기부로 모았다. 민주당 기부 플랫폼 액트블루(ActBlue)도 하루 최대 2000만달러(약 270억원)를 소액 기부금으로 조달했다.
이렇게 기부한 자금은 현수막 제작이나 확성기처럼 소규모 시위 장비를 사는 데 주로 쓰인다. 기부금이 부족할 경우, 시위 주제에 맞는 비영리 단체나 사회 운동단체 후원에 의존하기도 한다.
FBI는 이번 LA 시위가 초기 평화시위로 시작했다가, 곧 1000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폭동으로 변질된 점에 주목했다. FBI에 따르면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이민법 집행관 폭행, 자율주행 차량 방화, 상점 약탈, 고속도로 폐쇄, 콘크리트 투척 등 조직적으로 공권력에 저항하는 양상을 보였다.
FBI는 이번 시위 가담 단체 가운데 사회주의 해방당(PSL·Party for Socialism and Liberation)에 주목했다. 이 단체는 중국 공산당(CCP)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 대학가를 휩쓴 반(反)이스라엘 시위 조직에도 관여했다.
PSL은 ‘싱엄 네트워크(Singham Network)’와도 연결돼 있다. 싱엄 네트워크는 친중국 성향 거물 IT 사업가 네빌 로이 싱엄과 연관된 단체다. 싱엄은 1980년대 후반 IT 컨설팅 회사 ‘쏘트웍스(Thoughtworks)’를 설립해 거부가 됐다.
그는 2017년 이 회사를 7억8500만 달러(약 1조원)에 매각한 후, 그 수익을 최소 12개가 넘는 좌익 성향 비영리 단체에 쏟아 부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공산주의 성향 인민 포럼(The People’s Forum)이 대표적이다.
인민 포럼은 중국 공산당 정책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행사를 주최한다. PSL은 인민 포럼이 주도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 중단(Shut It Down for Palestine)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싱엄은 현재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며 중국공산당이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통로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그의 아내 조디 에반스는 급진 좌파 단체 코드 핑크(Code Pink) 공동 설립자다. 코드 핑크는 2020년부터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China Is Not Our Enemy)’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런 중국과 시위 사이 연결 고리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공화당 애나 파울리나 루나 하원의원은 11일 하원 감시위원회가 싱엄에게 ‘중국 공산당과 연루된 공산주의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이유’에 관한 공식 문서 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나 의원은 “싱엄이 출석을 거부하면 소환장을 발부할 것이며, 이를 무시하면 법무부에 기소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 LA 시위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독일 마셜 펀드(GMFUS)는 보고서에서 “중국을 포함한 외국 적대 세력들이 미국 내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이번 불안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시위 중 자국민들에게 LA 내 시위 현장과 혼잡한 지역, 야간 외출을 피하라는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 내 시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자국 이익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시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