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신을 중심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시 주석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민일보는 공산당 선전부가 기사 내용과 논조를 결정하는 선전 매체다.
반중 성향의 미국 매체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당 기관지 1면에서 사라진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민일보가 지난 10일자 1면에 시 주석에 대한 언급 없이 ‘국가가 더 개방될수록 우리는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으며 이례적인 편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시진핑이 강조해 온 폐쇄적 통제 강화와 자력갱생 노선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인민일보는 지난 10일자 1면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런정페이는 ‘개방과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가가 점점 더 개방되면, 개방이 우리를 더 발전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공산당 당국의 경제 정책을 최전선에서 옹호해 온 인물이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시진핑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앞서 일본 산케이신문의 영자지 재팬포워드 역시 “인민일보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시진핑과 다른 최고 지도자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대신 탄소 감축이나 지역 개발과 같은 일상적인 주제에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재팬포워드는 또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지난달 30일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의 권력 남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재팬포워드는 시 주석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약 2주 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부재는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이 2012년 당 총서기에 취임하기 전 권력 다지기의 일환으로 모습을 감췄거나, 2023년에는 뇌수술을 이유로 잠시 자취를 감췄던 과거 사례들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최근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았고, 수행원 규모도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번 부재는 중국 내 권력 이양의 역사적 패턴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재팬포워드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가 권력을 상실했을 때, 이를 즉시 공개하지 않고 발표를 미뤄온 관행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의 사임이 실제 사임일인 1987년 1월보다 9개월 늦은 그해 10월에 발표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러한 전례는 시 주석의 권력이 약화되었더라도 여전히 명목상 지도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일본의 영자지 닛케이아시아도 시 주석의 권력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지난 4월 25일 열린 공산당 정치국 월례회의에 대해서는 당일 보도했지만, 5월 회의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최고위급 간부 2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당 내규에 따라 매달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당 총서기직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에게는 그동안 막강한 권력이 집중돼 있었다”면서 “그만큼 중국 공산당은 완전히 안정적이어야 하며, 정치국 회의를 건너뛸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팬포워드도 “정치국은 통상 매월 회의를 열지만, 5월 말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며 “시 주석을 축출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실제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시 주석의 ‘30년 지기’인 쉬치량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지난 2일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정옌슝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사무소 소장이 해임되는 등 시 주석 측근들의 신변에 변화가 일어난 점도 권력 이상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중국군 서열 3위인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두 달가량 공식 행사에 불참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그는 아직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허웨이둥은 2022년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인물로, 시 주석의 군 내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