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국채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지만, 매수세는 되레 둔화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고금리·국가부채·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가 장기채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작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달 말 5%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재정 관리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채권 시장에 균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감세 기조와 고관세 정책을 병행하며 재정적자를 키우고 있으며 이는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장기채 수익률이 오른다는 것은 해당 채권을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국채 입찰에서는 일정 수준의 수요가 유지됐지만, 타국의 장기채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만기까지 장기간 자금을 묶는 데 점점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장기채가 외면받는 데에는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장기채는 금리에 민감해 금리가 오를 경우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며 만기가 길수록 이런 위험은 더 커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채무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 1분기 전 세계 부채 규모가 324조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또 다른 요인은 물가와 금리다. 미국에서는 물가가 예상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를 부과하려 하면서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경기가 둔화되면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를 낮춰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채권은 안전자산이어야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변동성과 리스크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무디스는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재정 불안정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미국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