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각) 인도 서부 도시 아메다바드에서 런던행 에어인디아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추락한 에어인디아 여객기는 보잉의 최신 모델 중 하나인 ’787-8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이 여객기의 추락 사고는 2011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이후 처음 발생한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승무원과 승객 242명이 탑승한 여객기는 아메다바드 인근 공항에서 이륙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추락했다. 현지 장국은 이 사고로 24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객기 사고가 운행 및 정비 실수부터 외부 요인이나 제조 및 설계 결함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사고 기체에 대한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을 인용해 사고기가 2014년 1월 에어인디아에 인도됐고, 지금까지 4만1000시간 이상을 비행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 항공기는 지금까지 8000회에 달하는 이착률을 했고, 이는 같은 연식의 드림라이너에서 일반적인 비행 횟수”라고 했다.
보잉 737 시리즈의 연이은 사고 이후 수년간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던 보잉은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다시 한 번 비상이 걸렸다. 보잉 737 맥스8는 난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사고(157명 사망),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항공 사고(189명 사망) 등이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약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갔다.
여러 사고 이후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엔지니어 출신의 로버트 켈리 오트버그로 교체됐고, 오트버그는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회사는 지금 회복의 갈림길에 있고, 더 이상의 실수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4월 보잉은 안전과 품질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회사 운영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12일 ’787-8 드림라이너’의 첫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인도에서 사고가 난 ’787-8 드림라이너’는 보잉의 ‘베스트셀러’다. 드림라이너는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되고 넓어진 오버헤드 빈(짐칸)과 창문이 도입된 데다 약 14년 가량 사망 사고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아 항공사들의 선호도가 높은 기종이었다. 시리움에 따르면 드림라이너는 현재 전 세계에서 약 1100대 이상 운항 중이다. 에어인디아의 경우 36대를 보유 중이며, 20대를 추가 주문한 상태다.
다만, 드림라이나 역시 과거 품질 논란에 휘말린 있다. 배터리 화재 사고 등으로 지난 2013년엔 4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운항이 중지됐고, 2021년에도 미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결함 문제를 조사하는 동안 신형 드림라이너의 인도를 중단시켰다. 지난해에는 한 내부 고발자가 드림라이너 항공기의 일부가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보잉은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잉은 또다시 좌절에 빠졌다”면서 “이번 사고가 제조상의 문제와 큰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드림라이너가 관련된 최초의 치명적인 추락 사고라는 점에서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보잉의 생산 문제에 대한 더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FAA와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 수석 사고 조사관 출신인 제프 구제티는 WSJ에 “드림라이너가 매우 완벽한 안전 기록을 갖고 있었기에 이번 사고는 더 당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