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 아메다바드 공항 인근에서 인도 국영항공사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추락,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확인돼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어인디아 AI171편 여객기가 이륙 5분 만인 오후 1시 39분쯤 인구 500만 명 규모 도시 아메다바드에 추락, 탑승객과 기장·승무원 등 24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시신 269구를 수습, 유전자 정보(DNA) 검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항공기 내 유일한 생존자는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던 40세 영국인 남성 승객이다.
생존자 비쉬와시 쿠마르 라메시는 추락 직후 기체가 전소되기 전 가까스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그가 피범벅이 된 상태로 사고 현장 근처를 걷는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라메시는 “이륙 30초 후 큰 소리가 났다”며 “정신 차려보니 주변에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당시 동행한 그의 형제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규모 사고에서 라메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그가 앉았던 좌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라메시의 자리는 이코노미석 11번째 열의 좌측 창가 좌석(11A)으로, 비상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당 좌석은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좌석으로, 소형 항공기 특성상 창가 좌석임에도 창문과 다소 떨어져 바깥 풍경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비행기 사고에서의 생존 가능성은 좌석 위치뿐 아니라 사고 원인, 비행기 설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된다는 점에서 다른 요인이 추가 규명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12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극적으로 생존한 객실 승무원 2명은 여객기 후미에 착석 중이었으며 당시 충돌 과정에서 동체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살아남은 바 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라메시는 이번 사고로 약간의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그는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형의 사망으로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이번 참사는 올해 들어 연이어 발생한 항공 사고 중 역대급 규모의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근처에서 군용 헬기와 여객기가 충돌한 후 탑승객 전원인 67명이 숨진 바 있다. 지난 12월에는 제주항공 7C2216편 태국 방콕발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 179명이 사망했다.
인도 당국은 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 수거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구조대는 지상 피해자 수습과 잔해 정리를 진행 중인 상태다.
일각에선 여객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이 신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인도네시아, 2019년 에티오피아에서 ‘737 맥스’ 기종 추락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보잉은 6년 넘게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힘쓴 바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개장 직후 급락했다.
보잉 측은 성명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