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 가운데 일부를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는 11일(현지시각) 미국과 이라크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동 지역 내 보안 관련 위협이 커지면서 “국무부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소재 대사관에서 체계적인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경로로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필요시 미군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애니 켈리는 로이터에 “국무부가 해외 근무 미국 직원들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은 최근 검토를 통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백악관 관계자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조치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외무부 당국자도 “지역 내 긴장 고조 가능성과 관련한 잠재적 보안 우려” 때문에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의 일부 철수가 확정됐다고 통신에 전했다.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바깥에서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경비대원들이 사용한 최루탄을 다시 던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은 현재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은 수 차례 열렸지만, 여전히 난항이다. 특히 오만이 중재한 이번 여섯번째 회담마저 결렬 조짐이 보이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친이란 무장조직 이 전면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졌다.

로이터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18개월 만에 중동 지역 갈등이 심화되자 일부 철수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이란을 타격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또 “이란이 미국 측 핵심 요구사항인 우라늄 농축 중지에 합의할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과의 핵)협상이 결렬되고 우리가 맞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상대측 피해가 우리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미국은 이 지역에서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내 모든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이라크는 중동에서 보기 드물게 미국과 이란 모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군 2500명이 주둔하는 가운데, 이라크 보안부대와 연결된 친이란 무장조직들도 활동 중이다.

미국은 현재 중동에서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