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매업체 홈디포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민자 추방’ 정책의 주요 현장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조치가 미 전역의 홈디포 매장 주차장 안팎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11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웨스트 레이크 맥아더 공원 인근 홈디포 매장 밖에 사람들이 기달고 있다. 이 곳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자 단속이 벌어진 곳이었다. / AFP=연합뉴스

홈디포는 가정용 건축자재 전문 소매업체로, 이민자들이 일용직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주 모이는 장소였다. 매장 특성상 주택 개보수나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고객들에게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홈디포에 모이는 이민자들 중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로, 일부 반이민 단체들은 홈디포가 불법 체류 노동자 고용을 조장한다고 비판해왔다.

미 정부도 그동안 홈디포를 주시해왔다. 앞서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기획자인 스티븐 밀러는 지난달 말부터 이민세관단속국(ICE) 관계자들에게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일자리를 찾는 홈디포와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삼도록 지시했다. 실제로 ICE의 이민자 단속은 지난 6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한 홈디포 매장을 급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전에도 홈디포에서 이민자들이 체포된 사례가 있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의 한 홈디포 매장 인근에서 최소 9명의 일용직 노동자를 체포했다. 이 중 3명의 과테말라 이민자는 미 정부의 신속 추방 대상이 됐지만, 법원이 체포 과정의 합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임시 보호 명령을 내린 후, 추방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ICE가 홈디포를 겨냥한 이후, 이곳에 모이는 이민자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ICE의 단속이 시작된 후 첫 24시간 동안 홈디포 주차장이 텅 비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이 ICE에 의해 갑자기 체포됐고, 이에 반발해 폭동이 일어난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이틀 뒤인 8일부터 이민자들이 하나둘씩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WSJ는 “10일 뉴저지 북부의 한 홈디포 매장 앞에는 몇 달 전과 비교해 훨씬 적은 사람들이 건축업자들의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LA 홈디포 2개 지점에서는 몇몇 남성들만 보였고, 휴스턴 주변의 홈디포 매장 3곳에서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르타 아레발로 LA 중앙 아메리카 자원 센터 이사장은 ICE 단속이 벌어진 웨스트레이크의 홈디포 매장에 대해 “이전에는 수백 명이 모여있었지만, 이제는 단 몇 명만 주차장에 있다”고 말했다. LA 중앙 아메리카 자원 센터는 웨스트레이크 몰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화장실, 간식, 물, 교육 등을 제공하는 지원센터를 운영해왔다.

홈디포는 이민자 단속의 주요 장소로 지목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홈디포 대변인은 ICE의 이민자 단속이 자사 매장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이민 당국과의 협조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LA 지역 홈디포 매장 관리자들에게는 ICE와의 접촉을 피하고, 이민자 단속이 매장 근처에서 발생하면 본사에 즉시 보고하도록 공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