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태양광 업체들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태양광 보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태양광 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2년 8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콘도 건물인 팀버 하우스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주택용 태양광 설치업체인 선노바에너지는 텍사스 남부 파산법원에 챕터 11(미국 연방 파산법 제11조) 적용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챕터 11은 파산법원의 감독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여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2012년 설립된 선노바는 미국 주택용 재생에너지 붐의 상징으로, 한때 4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 가치가 50억 달러(약 6조8000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 정부의 태양광 설치 인센티브와 주택 소유주들의 에너지 전환이 맞물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현재 선노바는 89억 달러(약 12조1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파산 신청을 통해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하거나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4억 48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선노바의 주가는 2021년 최고가 대비 올해 4월까지 93% 이상 하락했다.

선노바의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화됐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관세 인상으로 장비 수입 비용이 증가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정부가 선노바에 승인했던 약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부분 취소하기도 했다.

폴 매튜스 선노바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행정부는 태양광 산업의 지속적인 보조금 지원과 산업의 전반적인 성공이 연방 정부의 우선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파산 신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선노바 에너지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선노바는 최근 몇 달 동안 주거용 고객들에게 태양광 패널 설치, 에너지 저장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선노바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약 55%에 해당하는 718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 6일, 태양광 설치를 위한 대출을 제공하는 민간 기업인 솔라 모자이크(Solar Mosaic)가 파산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태양광 관련 세액 공제 등과 관련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새로운 투자 유치와 부채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수요 부진, 금리 상승, 정부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태도 변화가 태양광 산업을 흔들었다”며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의회 지도자들이 인센티브 축소를 추진하면서 태양광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현재 여당인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지원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태양광 등의 세액 공제 폐지 시점을 당초 2033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기려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는 “의회에서 세금 법안 처리 상황에 따라 2026년 태양광 업계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태양광 기업 선파워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가정용 태양광 패널 설치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미국 내 가장 큰 태양광 시장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에서 관련 보조금이 삭감된 영향이 컸다.

로이터통신은 “선노바는 이번 달에 파산을 신청한 두 번째 주거용 태양광 회사”라며 “금리 상승, 주요 시장인 캘리포니아에서의 인센티브 삭감, 보조금 축소에 대한 우려 등으로 태양광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