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관세 전쟁 발발 후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우려해 내수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지난해 3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중국 통계 당국은 5월 소비자물가 하락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현상일 뿐, 이를 제외하면 상승세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파란색 선이 전년 동기 대비. /중국국가통계국 제공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5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하락했다고 9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추정치인 0.2% 하락보다는 적게 떨어졌다. CPI는 지난 2월(전년 동기 대비) 0.7% 크게 떨어진 뒤 같은 수준의 낙폭을 유지하고 있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떨어져 32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시장 예상치(3.2% 하락)보다 낙폭이 컸다. 미 CNBC에 따르면 PPI는 2022년 10월 이후 디플레이션 국면에 머물러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부진한 내수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무역 불확실성으로 공급업체의 재고가 과하게 쌓여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국은 이달 소비자물가 하락은 유가 하락에서 비롯했으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CPI는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둥리쥔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유가 하락은 CPI 전체 하락의 약 70%를 차지 했으며, 이를 제외한 핵심CPI 는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했다”며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으로 소비가 촉진됐고 생산성이 증가했으며 일부 지역의 수급 상황이 개선돼 물가가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했다.

PPI 하락에 대해선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이 석유·천연가스 추출, 정제 석유 제품 제조, 화학 원료·제품 제조 산업의 PPI 하락을 유발했고, 이는 전체 하락의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5월 7일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을 대폭 인하했다. 같은 달 12일엔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 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 대부분의 관세를 인하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는 양국이 무역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CNBC는 “시장은 중국이 내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화 완화를 실시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말 지준율을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달 말 상하이에서 발표될 주요 금융 정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