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출시 전부터 “역대 최고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사이버트럭의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직후부터 잇따른 결함과 리콜 문제에 더해, 머스크의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친 결과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미시간 파밍턴 힐스에 위치한 헌터 스퀘어 몰 주차장에 아직 판매되지 않은 테슬라 사이버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 AFP=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1분기 미국에서 약 7100대의 사이버트럭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4만 대를 밑돌아, 머스크가 제시했던 연간 목표치인 25만 대의 16%에 그쳤다.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테슬라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저가형 모델인 ‘롱레인지 싱글모터(Long Range RWD)’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사이버트럭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하며, 기존 모델보다 약 1만 달러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테슬라는 이외에도 0% 할부, 무상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구매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 처음으로 사이버트럭의 프로토타입(원형)을 공개했다. 당시 테슬라는 500마일(약 805km) 이상의 주행 거리, 1만 4000파운드 이상의 견인 능력, 3만 9900~6만 9990달러의 가격대를 약속했다. 전기차에서는 보기 드문 조합으로,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이 테슬라의 “역대 최고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인도되기 시작한 초기 버전의 가격은 약 10만 달러에 달했고, 예상 주행 거리도 약 318마일로 테슬라가 약속했던 사양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직 테슬라 직원을 인용해 2022년쯤 내부적으로 머스크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엔지니어들이 기존 설계를 폐기한 뒤 처음부터 다시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이버트럭은 출시 직후부터 각종 결함 논란에도 휘말렸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전면 유리에 금이 가거나 주황색 얼룩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잇따라 공유됐다. 테슬라는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출시 첫해에만 경고시스템, 가속페달 등의 문제로 7차례 리콜을 실시했다. 올해 3월에는 금속 패널이 차량에서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리콜 횟수는 8차례로 늘어났다.

올해 3월 사이버트럭을 인도받은 테슬라의 오랜 고객 데이비드 픽은 “일론 머스크는 모델 X의 팔콘 도어(지붕에서 위로 열리는 복잡한 구조의 문 설계)를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사이버트럭은 그보다 더 큰 실패작으로 남게 될 것 같다”고 WSJ에 말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등 정치 활동을 하면서 사이버트럭의 위기는 심화됐다.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대한 소비자 반발은 테슬라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졌는데, 사이버트럭도 예외는 아니었다.

WSJ은 “사이버트럭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논란의 상징이 됐고, 일부 오너들은 차량에 낙서를 당하거나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손가락 욕을 받는 등의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면서 “잦은 리콜과 제조 결함으로 소유주들은 반복해 수리를 받아야 했고, 테슬라 팬들 사이에서도 사이버트럭의 평판은 크게 손상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