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최적의 투자처를 찾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유럽 호텔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높은 수익률과 인플레이션에 강한 특성 덕에 투자 위험 분산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호텔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글로벌 대표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이하 쿠시먼)의 존 허버드(Jon Hubbard) 유럽 호텔·숙박업 투자 총괄은 최근 인터뷰에서 유럽 호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쿠시먼은 부동산 매매, 임대, 관리, 가치 평가, 자문 등 부동산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있다.
쿠시먼은 최근 유럽 호텔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쿠시먼이 4월 발간한 ‘유럽 호텔 투자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거래 규모는 223억 유로로,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최근 5년 평균 거래액과 비교해서도 19% 높은 수준이다.
쿠시먼은 호텔은 더 이상 ‘틈새 자산(niche asset)’이 아니라 핵심 부동산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같은 전통적 투자처 외에도 그리스, 노르웨이 등의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허버드 총괄은 “팬데믹 이후 관광업이 회복되면서 호텔 운영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며, 앞으로 전망도 밝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대규모 호텔 포트폴리오 거래가 활발했고, 인기 호텔의 개별 매각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파리 에펠탑 바로 앞에 위치해 한국인에게도 인기가 높은 ‘풀만 파리 투르 에펠 호텔’도 지난해 주목받은 매각 사례 중 하나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유럽 호텔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이유는.
“우선, 호텔 자산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호텔은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다른 자산군보다 더 탄력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는 객실 가격을 경기 상황에 맞춰 빠르게 조정할 수 있으며, 비용 관리를 통해 경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호텔은 유동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유럽은 전 세계 객실 공급의 약 4분의 1(27%)을 차지했지만, 거래 규모는 전체의 37%에 달했다.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시 호텔 시장과 공급이 제한적인 리조트 호텔 시장이 적절히 혼합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인 관광 수요와 이를 겨냥한 투자 수요를 유럽 호텔들이 잘 흡수하고 있다.
실적도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유럽 호텔의 객실당 수익(RevPAR)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34% 증가했다. 이는 미주(32%)와 아시아·태평양(6%)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유럽 호텔은 높은 영업 마진을 기록했다. 15개 주요 유럽 시장의 브랜드 풀서비스 호텔에서 총영업이익 마진은 27%에서 47% 사이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13개 시장의 객실당 총영업이익(GOP PAR)은 전년 대비 평균 10% 증가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호텔 인력 부족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ㅡ지난해 호텔 거래 중 주목할 만한 사례는.
“최신 사례로는 작년 4분기에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유럽 호텔 부동산 투자 회사 아만테 캐피털(Amante Capital), 그리고 미 투자은행 바우포스트가 아부다비투자청(ADIA) 자회사로부터 영국 전역에 있는 메리어트 브랜드 호텔 33개를 인수한 건이 있다. 이들 메리어트 호텔은 런던, 에든버러, 글래스고, 리버풀 등 주요 도시들에 위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스톤이 유럽 내 빌리지 호텔 33개를 인수하는 등 대형 거래가 이어졌다. 유럽 호텔이 투자업계에서 우량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일 호텔 거래로는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가 프랑스 파리 풀만 투르 에펠 호텔을 모건 스탠리 등에 매각 사례가 있다. 힐튼 파리 오페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바우어 호텔, 아테네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 등 각 지역의 유명 호텔들이 매각된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상업용 건물을 호텔로 전환하는 트렌드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영국 런던의 명물인 BT 타워는 작년 초 미국 호텔 운영업체 MCR에 매각된 후 호텔로 개조되고 있다."
ㅡ유럽 내에서 호텔 투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투자자들은 주로 견고한 관광 수요를 가진 런던, 파리, 더블린, 암스테르담, 로마 등과 이베리아 반도의 휴양 중심지에 주목했다. 올해는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등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ㅡ앞으로의 호텔 시장 전망과 떠오를 지역은.
“올해 1분기 유럽 호텔 거래 규모는 55억 유로로, 최근 5년 평균보다 24% 증가했다. 현재 여러 거래가 진행 중이며, 연간 거래 규모는 지난해보다 증가하여 약 25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여건이 계속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나온 수치이다. 호텔 산업의 성숙도가 높아지고 주요 핵심 자본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독일에서 호텔 투자의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독일의 호텔 거래 규모는 크게 감소했지만, 이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독일 경제 전망이 다소 부정적이지만, 독일은 여전히 유럽 최대 경제국이다. 독일은 과거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회복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흥 시장으로는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남동유럽 지역이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의 호텔들은 전통적으로 유동성이 낮았지만, 올해 1분기 거래량은 2019~2023년 5년 평균 대비 553% 증가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영향으로 현재 침체된 발트해 지역과 중앙·동유럽 지역도 유망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특히 프라하는 최근 포시즌스, 힐튼 프라하 등 주요 호텔들이 매각되고 있다."
ㅡ팬데믹 이후 호텔 투자 트렌드의 특징은.
“팬데믹 이후, 투자 수요는 도심 중심의 호텔에서 리조트 자산으로 이동했다. 이는 경험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일과 여가를 결합하려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레저 수요의 회복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영향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기존 상업용 자산을 호텔로 전환하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새로운 호텔을 짓기 위한 여건이 마땅치 않고, 다른 부동산 자산에 비해 호텔의 투자 매력이 높으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목표와의 조화 등의 영향 때문이다.
기존에는 호텔을 매입한 후 호텔 관리 계약(HMA)을 맺거나 임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직접 호텔 운영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방식은 소유주의 통제력을 높여 기존 호텔 운영 방식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브룩필드 자산운용, 아처 호텔 캐피털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