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 주식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자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 시각)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인 미쓰비시 상사, 미쓰이물산, 마루베니, 스미토모 등이 높은 배당금과 안정적인 사업 구조, 그리고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혁 노력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 투자 대상 종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개인의 주식 및 펀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비과세 저축계좌(NISA) 확대와 함께 종합상사는 기존 금융주 중심의 소매 투자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SBI증권에 따르면 미쓰비시 상사는 3월 이후 NISA 대상 인기 종목 3위에 오르며 소매 투자 수요를 견인했다. 특히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냈으며, 이는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장기 보유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예상 배당수익률 측면에서도 매력은 크다.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마루베니의 12개월 예상 배당수익률은 모두 3.5%를 상회해 토픽스 지수 평균(2.7%)을 크게 웃돈다. 이토추는 수익률이 다소 낮지만 최근 5년간 배당을 두 배로 늘리는 등 주주 환원 의지가 뚜렷하다.
일본 증시는 주식 분할 등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소액 투자자 유입을 장려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거래 단위가 100주인 점을 감안해 최소 투자 금액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미쓰비시와 미쓰이는 이미 주식 분할을 통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버핏의 영향력은 단기 호재에 그치지 않는다. 필립증권 재팬은 개인 투자자 참여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주 기반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의 장기 투자 철학이 종합상사 주식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혁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종합상사들은 안정적 실적과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 보유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과제도 있다. 계좌 수가 많아지면 주주총회 운영 같은 행정적인 부담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NISA 제도 개편 이후 일본 내 NISA 계좌 수는 2560만개를 넘겼고, 지난해 이 계좌들을 통해 새로 투자된 금액만 한화로 약 11조7500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사들은 일본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헤럴드 반 더 린드 HSBC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일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현금 자산 중 단 1%만 주식시장으로 옮겨도 약 302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