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휴전 속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희토류 공급난으로 미국 내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이에 반발해 중국이 휴전 합의를 어겼다고 비난했고,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수출을 막고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했다며 맞섰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9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낸 비공개 서한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AAI는 “희토류 등에 대한 공급이 막히면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이 자동변속기, 스로틀 보디, 얼터네이터, 다양한 모터, 센서, 안전띠, 스피커, 조명, 파워 스트어링, 카메라 등 핵심 부품들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심각한 경우, 생산량 감축 또는 차량 조립 라인 중단까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초 희토류에 대해 특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전기차용 자석 등에 첨가되는 디스프로슘, 코발트 자석에 쓰이는 사마륨, 조영제로 사용되는 가돌리늄, 형광체 원료 테르븀,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루테튬, 항공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스칸듐, 고체 레이저 제조용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를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매장량의 70%를 채굴하고, 채굴된 희토류의 90%를 가공한다. 희토류는 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첨단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료 중 하나여서, 중국에게 희토류 수출은 비장의 무기와도 같다.
뉴욕타임스(NYT)는 “희토류 자원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은 4월 수출을 통제한 디스프로슘, 가돌리늄, 루테슘, 사마륨, 스칸듐, 테르븀, 이트륨 등 7종에서 가장 크다. 이것들은 거의 중국과 미얀마에서만 생산되며 화학적 분리도 가장 어려운 것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9.9%를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지난달 12일 미국과 경쟁적으로 부과했던 관세를 철회하거나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으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만은 아직 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중국이 이 합의를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칩 수출을 막고,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정치국원 겸임) 겸 외교부장은 이날 데이비드 퍼듀 신임 주중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에 다가와 중미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필요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미국은 최근 근거 없는 이유로 부정적인 조치를 잇달아 취해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했다. (이런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