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미국은 해외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규제 강화, 캐나다·유럽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등이 누적되면서 관광 수요가 다른 나라로 분산되고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을 인용해 최근 4주간 주요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4월 한 달 간 캐나다발 미국행 항공편은 20%, 육로 여행은 35% 줄어들었다. 여행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여름철 유럽발 미국행 항공권 예약은 약 12% 감소했으며, LA·워싱턴DC 등 주요 도시는 더욱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은 유럽이나 자국 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국 방문을 취소한 영국·캐나다·독일 등 각국 시민들은 WSJ에 “정치적으로 미국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미국에 돈을 쓰지 않는 건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는 미국 입국심사에서의 휴대폰 검사나 구금 사례를 우려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적 피해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관광산업은 전체 GDP의 약 3%를 차지하지만, 국경 지역이나 해변 마을처럼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이 영향으로 뉴욕 플래츠버그의 레스토랑들은 캐나다인 손님 감소에 대비해 ‘캐나다인 환영’ 배너를 걸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휴양 도시 팜스프링스는 “캐나다를 사랑한다”는 현수막을 내걸며 호소에 나섰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산하 관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해외 관광객 지출은 당초보다 약 8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5% 하락에 해당한다. JP모건은 이 영향이 미국 전체 경제에는 제한적이지만, 특정 지역에는 구조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