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 사이 해묵은 갈등이 미국 본토에서 극단적인 폭력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콜로라도에서 이스라엘 관련 증오 범죄 테러가 터졌다. 지난달 21일 워싱턴 DC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피살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1일(현지시각) 콜로라도주 법무부는 이날 오후 볼더(Boulder) 번화가 펄 스트리트 몰에서 한 남성이 평화적으로 행진하던 참가자들을 향해 화염병으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체를 던져 최소 다섯 명 이상이 심각한 화상을 입는 등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CBS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하는 ‘그들을 위해 달려요(Run for Their Lives)’ 행사에 참여 중이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단순 폭력 사건이 아닌 “표적 테러 공격(targeted terror attack)”으로 규정하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필 와이저 콜로라도주 법무장관은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증오 범죄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반(反)유대주의에 기반한 테러라고 인정했다.
볼더 경찰은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로이터는 이번 볼더 방화 테러가 미국 내 유대인 사회에 깊은 충격과 함께 커다란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본토 전역에서는 반유대주의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다.
유대인 권익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반유대 사건은 총 8873건으로, 2022년 대비 140% 뛰었다. 1979년 ADL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 커뮤니티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미국을 주도하는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 또한 전통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에 반해 인권과 정의를 앞세우는 진보 진영 측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기준 미국인 가운데 53%가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2022년 42%에서 1년 만에 11%포인트가 증가했다.
특정 정치 성향에 따른 인식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층에서 이스라엘에 동조하는 비율은 2001년 51%에서 2025년 현재 21%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 팔레스타인에 동조하는 민주당 지지자 비중은 같은 기간 16%에서 59%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미국 내에서 첨예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며 국가가 양분될 정도로 심각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가자지구 분쟁이 길어지면서 진영 간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가짜뉴스와 선동적인 정보가 확산하면서 이런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캐피털리서치센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일부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이 미국 본토에서 겉을 자선단체로 포장하고, 반유대주의와 반미 정서를 부추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대학 캠퍼스와 거리에서 이스라엘을 ‘제국주의 침략자’, 미국을 ‘이스라엘의 공범’으로 규정하며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구호를 외친다.
반대로 팔레스타인 측을 위해선 동정론과 함께 하마스와 같은 테러 조직의 과격한 군사 행동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증오 범죄를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전파한다.
센터가 496개 친팔레스타인 활동가와 단체 소셜미디어 게시물 수천 건을 분석한 결과,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폭력 선동 관련 글이 3000% 급증했다.
캐피털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이들 단체 중 상당수가 합법적인 자선단체로 등록해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고 있지만, 그들 활동은 미국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동맹 관계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유대인 단체들은 잇따른 증오범죄에 보안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유대주의 교육 강화와 증오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