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올해 초 발생한 대형 산불 여파로 오는 2028년 개최 예정인 하계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에 모든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 데다 LA 시가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LA는 1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부터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림픽 준비가 한창 진행되는 시점에 인력과 재원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LA 시는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와 함께 시장의 재선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LA 하계 올림픽 개최 비용은 약 70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로 추산된다. 더구나 LA는 1만 명이 넘는 선수들과 수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객들의 숙소, 식사, 교통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LA는 시 전역에 40여 개의 올림픽 경기장이 분산돼 있다.
당장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NYT에 따르면, LA 관계자들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기업 후원금, 기부금, 티켓 판매 등으로 71억 달러에 달하는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만약 조직위가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은 LA시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이 강세인 LA와 캘리포니아주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 연방 정부는 LA 올림픽에 4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한 자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인정한 상태다.
올림픽을 연구해 온 오리건주 퍼시픽대의 줄스 보이코프 교수는 “LA 시 직원들이 올림픽 준비에 써야 할 시간을 산불 복구에 할애하고 있다”며, LA 올림픽 준비가 산불, 예산 위기, 트럼프 변수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LA가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약속했던 사안들이 무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앞서 LA는 2015년 올림픽 유치 당시 선수들이 머물 수 있는 10억 달러 규모의 올림픽 빌리지, 자동차 없는 최첨단 교통 시스템, 즉시 활용 가능한 경기장 및 시설 네트워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10억 달러 규모의 올림픽 빌리지 조성은 비용 문제로 무산됐고, 선수들은 대신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기숙사에 머물 예정이다. 당초 LA 도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엔시노에서 열릴 예정이던 카누 슬라롬 경기는 도심에서 1300마일(약 2100km) 떨어진 오클라호마 시티로 옮겨졌다. 산타모니카 시정부가 후원을 철회하면서 배구 경기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알라미토스 해변으로 변경됐다.
교통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LA는 당초 “모든 티켓 관객이 대중교통, 도보 또는 자전거로 경기장에 이동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현재 캐런 배스 시장은 “자동차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경기장에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의미”라며 입장을 바꾼 상태다. 이스트 산 페르난도 경전철 등 1200억 달러 규모의 철도 확장 계획도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올림픽 준비 과정을 다루는 뉴스레터 ‘토치드’ 편집자 알리사 워커는 NYT에 “LA는 아직 메가 이벤트 수도로서 모든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완전히 되어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으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낙관적인 시선도 있다. 배스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걱정하는 시선을 이해한다”면서도 “1984년 LA 올림픽 직전에도 우리는 매우 심각한 경기 침체와 암울한 경제 전망에 직면했지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