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량을 자랑하는 중국의 ‘해양 굴기’를 꺾기 위해 자국 조선업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정책도 쏟아지고 있지만, 미 조선업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지난 2023년 7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직원들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서 있다. 필리 조선소는 작년 12월 한국 기업인 한화오션에 인수됐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그는 “조선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훨씬, 훨씬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박에 제재를 가하고, 특정 상선은 미국에서 건조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미 의회도 조선업 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 부활을 위해선 신규 주문을 받아야 하지만, 미 조선업은 오랜 기간 쇠퇴해 건조 능력이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조선소가 해군 주문을 처리하기에도 벅차 상업용 선박을 생산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는 아시아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비용도 다섯 배에 달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한국 기업 한화오션이 인수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 역시 2027년까지 신규 주문을 받을 여력이 없다. 필리 조선소의 데이비드 킴 최고경영자는 “미 조선업계는 이제 도약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한국 조선소에서는 일주일 만에 가능한 선박 1척 건조가 필리 조선소에서는 약 1년 반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동 용접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많은 조선업체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점도 장애물이다. 해군 차관보 대행 브렛 사이들은 지난 3월 의회 청문회에서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 직원들이 첫해에 많은 퇴사를 겪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 조선소도 내년에 견습직원을 올해의 두 배인 240명으로 늘리는 등 인력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 경쟁이 워낙 치열해 미국이 끼어들 틈도 거의 없다. 현재 미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 선박 대부분은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건조된다. 특히 중국의 선박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선박 중개업체 BRS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 조선소는 전 세계 인도량의 절반에 달하는 6765척을 인도했다. 일본은 3130척, 한국은 2405척을 인도했고, 미국은 37척에 불과했다.

NYT는 “해운사들이 구매하는 소수의 미국산 선박은 대개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에만 사용된다”면서 “100년 이상 된 ‘존스법’이 미국 내 항로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된 배여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항만 간 운항에는 미국산 선박만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 조선업 쇠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법안이다.

현재 미 의회가 추진 중인 보조금 지급 법안에 대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 조선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1척당 컨테이너선 가격은 약 3억 3000만 달러로, 아시아에서 건조되는 선박 가격 7000만 달러의 약 5배에 달한다. 보조금 반대론자들은 중국의 지배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 동맹국이자 검증된 일본과 한국에서 제작된 선박으로 전략 함대를 구성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미 연구기관 케이토연구소의 콜린 그래보우 부소장은 이번 조선업 부흥 정책이 불안한 기시감을 준다고 말했다. 1995년 필라델피아 해군 기지 폐쇄 이후 상업용 선박 생산을 늘리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그래보우는 “우리는 이미 이 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