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외국 원조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무장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알샤바브 무장세력이 소말리아로 진군하고 있다”며 “이 무장단체가 지난 3개월 동안 소말리아군으로부터 주요 도시들을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일(현지 시각) 알샤바브가 케냐 동북부 가리사 대학교를 습격한 가운데, 이튿날 케냐 군인들이 가리사 시내 대학에 진입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알샤바브는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로, 2020년 케냐 미군 비행장 공격 배후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8일에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군 신병 모집소에 등록을 기다리던 젊은 신병들을 겨냥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했는데, 이 공격 역시 알샤바브 소행으로 추정된다. 2023년 7월 모가디슈 육군사관학교에서 발생한 비슷한 공격의 배후에도 알샤바브가 있었다.

알샤바브의 영향력 확대가 가능해진 이유는 소말리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나브 여단’으로 알려진 소말리아 특수부대는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알샤바브와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소말리아 특수부대에 대한 지원 철회는 물론, 전국에 수백 명의 미군을 배치하려던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에도 이웃 국가에서 출퇴근하라며 소말리아에서 미군 대부분을 철수시킨 바 있다. 당시 미군은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와의 전투를 위해 13년간 소말리아에 주둔했었다. 이후 미군이 다시 소말리아에 복귀한 상태다.

대부분의 외국인 교관들은 안보 지원 삭감 이후 철수했으며, 현지 병사들의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국이 알샤바브와의 전투를 여전히 우선순위로 생각하는지, 또는 오랫동안 부패에 시달려온 소말리아 정부가 싸움을 주도할 능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영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아프리카연합(AU) 등 소말리아의 7개 핵심 안보 파트너들을 지원해왔다. 이들 조직의 이해관계가 때로 상충될 때도 있지만, 이들 모두 알샤바브를 저지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이 소말리아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알샤바브를 저지하던 아프리카 안보망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무부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미국의 소말리아 내 영향력 축소가 알샤바브가 인접국인 케냐와 에티오피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알샤바브와 예멘 후티 반군 간의 밀착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국무부 전직 관리는 미 정보기관을 인용해 최근 알샤바브와 후티 반군이 두 차례 회동을 가졌으며, 이후 후티 반군이 알샤바브 근거지인 질리브에 폭발물 전문가를 파견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지원에 의존해왔던 소말리아 정부는 무장세력 격퇴를 위해 튀르키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튀르키예는 최근 소말리아에 무장 드론과 수백 명의 군인을 투입했으며, 석유 탐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WP는 튀르키예가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소말리아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소말리아는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할 또 다른 안보 파트너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외 원조 감축이 오히려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사한(Sahan)의 설립자 맷 브라이든은 “트럼프 행정부는 알샤바브가 미국의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알샤바브의 영향력 확대가 아프리카와 중동 대부분 지역에서 미국의 정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