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공개(IPO) 대어(大魚)’들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잇달아 흥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자본시장은 중국 기업 IPO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중국 정부도 자국 기업의 글로벌 성장으로 인한 파생 효과를 기대하며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해외 상장 지원에 나섰다.

중국의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지난 20일 홍콩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CATL은 당초 이번 IPO로 40억달러(약 5조5048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높은 수요에 힘입어 46억달러(약 6조3305억원)로 규모를 늘렸다. 올해 전 세계 IPO 중 최대 규모다. CATL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16% 뛰었다.

쩡위췬(왼쪽에서 네 번째) CATL 회장이 지난 20일 홍콩 증시 상장식에서 건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앞서 중국의 음료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올해 홍콩과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와 차이신에 따르면 미쉐(米雪)는 지난 3월 홍콩에서 34억5000만 홍콩달러(약 6061억원) 조달에 성공, 거래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43% 치솟았다. 바왕차지(霸王茶姬)는 지난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4억1100만달러(약 5655억원)를 조달했다. 바왕차지는 거래 첫날 16% 상승 마감했는데 장중엔 주가가 40%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 중국 제약사 장쑤헝루이(江苏恒瑞) 지난 23일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중국 2위 자동차 제조사인 체리자동차(奇瑞)도 홍콩에서 상장을 추진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올해 20~30개의 중국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있고, 싱가포르에서도 최소 5개의 중국·홍콩 기업이 늦어도 내년 안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자본시장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국 증시보다 자금 규모가 크고 시장이 개방돼있어 투자자도 다양해, 기업이 다양한 자금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 자금 조달 절차도 중국 본토에 비해 신속하고 제한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망한 기술기업을 높게 평가하는 구조를 갖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유리하다. 글로벌 사업을 영위 중이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인지도 제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난 3월 홍콩의 미쉐 매장. /AFP연합뉴스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 IPO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의 ‘대어’들이 잇달아 상장하고 있는 홍콩은 기술기업 전용 상장 채널을 신설해 상장 절차를 간소화했다. 싱가포르거래소도 최근 “중국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이들이 글로벌 자본시장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관련 절차를 개선하는 등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장려하고 나섰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리밍 부주석은 지난 19일 ‘2025 글로벌 투자자 대회’에서 “해외 상장에 대한 등록 심사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23일에는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이 상장 기업의 외화 자금 관리를 일원화하고 자금 조달의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마저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장려하고 나선 것은, 해외 상장이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이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증권일보는 “해외 상장은 중국의 전략 산업이 내수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중국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을 무대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성과를 내면, 궁극적으로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